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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
윤순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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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
윤순례 소설 ㅣ 은행나무
'디아스포라 문학'은 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 땅을 떠도는 이들의 삶과 정체성을 다룬 작품을 뜻한다. 이 작품 『여름 손님』은 디아스포라 문학이다. 본래 살던 땅을 떠난 이들은 탈북민들이다. 서로 연결된 이들 여러 탈북민들의 이야기는 서글프다.
얼마 전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를 읽었기에 더 그들의 삶이 애처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목숨을 걸고 선택한 탈북이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지는 못함을 보고 있으면 과연 인간의 삶과 선택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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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 소설이다. 화은, 철진, 종우, 성국, 화진 등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들은 모두 탈북민들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여름 손님>의 희숙이 남한으로 오며 '화은'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가 <바람빛 자장가>에서 밝혀지거나, <별빛보다 멀고 아름다운>에서 뒤셀도르프에서 살고 있는 종우가 구매한 가짜 신분인 북한 사람 '김원철'이 화진의 전 남편임이 <사적인, 너무도 사적인 침묵의 역사>에서 드러나는 식으로 인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중국은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북한을 떠나 중국의 숙박업소에서 일하던 화은은 남한의 사진작가를 만나고, 정을 나눈다. 그녀는 그가 던진 미래를 향한 말들을 품고 되새긴다. 그에게 이름을 물었던 드문 손님이었으며, 사랑의 언약을 남긴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것에 희망을 품고 국경을 넘어 남한에 정착하게 된다. 남한에 정착하며 그의 고향에 터전을 잡고서야 그가 사진 작가임을 알게 되고, 중국 훈춘에서 찍힌 자신의 모습을 전시회에서 마주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 북한에서는 '화숙'이었던 '화은'은 몸을 파는 탈북 여성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는 그녀가, 중국을 탈출해 자신을 꿈꾸며 남한에 올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겁하고 잔인하다.
화진은 두 아이, 아니 세 아이의 엄마이다. 세 명의 아이는 모두 다른 곳에서 출산했다. 한 아이는 북한에서, 한 아이는 중국에서, 한 아이는 남한에서. 세 아이의 아버지도 모두 다르다. 탈북한 여성 화진의 삶은 기구하다. 기구한 삶 속에서도 그녀의 자식들을 책임지겠다는 신념은 무모하고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억척스러움이, 그 미련함이 답답해 보이기 보다는 종국에는 용감해 보이기 까지 한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되는 남자와의 관계에서는 그녀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더 용감해지길 바래본다.
그들 모두가 살기 위해 탈출하고, 도망치고, 속이고, 버리고, 숨기면서도 한 곳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함이 행복한 정착으로 마무리지어지길 바래본다.
▶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