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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평점 :

『나는 독일인입니다』
노라 크루크 ㅣ 엘리
미국에는 '오바마 추천 도서'가 있고, 한국에는 '문재인 추천 도서' 가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이 읽은 책을 언급한다. 그가 언급하는 도서들은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읽기를 가능하게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 작품 [나는 독일인입니다]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나는 독일인입니다]의 저자 노라 크루크는 전후 독일 2세대이다. 전 세대가 진행했던 전쟁에 대해 지금 독일의 젊은 세대가 가지는 생각과 시선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독일이 진실을 위해 나아가고, 전쟁에 대해 세상을 향해 고개 숙이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상처를 가진 민족의 후세대인 우리에게 많은 위로와 공감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글자로만 이루어진 서사가 아니라 사진과 편지, 실제 서류들로 이루어진 서사라 더욱 실제감이 느껴진다. 저자 본인의 가족을 통해 전쟁에 어떤식으로든 기여하고 참여했던 가족들에 대한 남겨진 사람들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선대를 마주하는 모습은 다양한다. 죄의식의 모습으로, 부정하고 싶은 회피의 모습으로, 핑계를 찾는 합리화의 모습으로 그녀는 자신의 할아버지, 이모, 삼촌을 대한다. 그 모습 모두에 공감이 간다.
저자는 그림동화를 인용하며 '인과응보'에 대해 전달하고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합리화 될 수 없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차별과 폭력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임을 말하며 자신들이 '자기 연민'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제는 대면하여 물을 수 없는 전쟁 참여자들에게 그들이 전쟁에 참여한 이유와 전쟁에 참여했을 때 자랑스러웠는지 묻고 있다. 그러면서 그때의 선택이 실수였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수와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올바른 죄의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남겨진 후세대들이 자신들과는 무관했던 선택들이지만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음을 토로한다. 수치심과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많은 질문들은 그녀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알아야 함을 깨우치고 오랜 세월 떠나있던 조국 독일을 다시 찾게 한다.
과거의 상처에 대해 지난 일인데 들추어서 여러 사람을 아프게 할 필요가 없다며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럴수록 들추어 잘잘못을 제대로 따지는 것이 상처를 치유하고 올바르게 나아가는 행동임을 작품 속 모든 페이지에서 말하고 있다.

지우려고 해도 어딘가에 기록으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과오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는 읽기였다. 그녀가 겪었던 제2차 세계 대전은 물론 한국 전쟁과 민주화 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폭력과 미해결 사건이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저자가 제시한 대로 직면하여 올바르게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벌어진 곳을 잘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없애지 못하는 틈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