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원더 ㅣ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더 원더』
엠마 도노휴 ㅣ 아르떼
매혹적인 소재와 심도깊은 주제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 기근이라는 시대적 배경, 신의 기적을 바라는 종교인들과 학술적 명성을 노리는 학자의 검은 속내 그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어린 소녀. [룸]으로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엠마 도노휴의 최신 화제작이다. 작가는 19세기 중반 대기근 시대 아일랜드에서 실제했던 '단식 소녀' 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1850년대 아일랜드의 어느 마을, 한 소녀가 몇 개월 동안 음식을 먹지 않고도 생존하여 기독교 신자들에게 기적의 상징으로 추앙받기 시작한다. 금식 소녀 애나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기적을 보려고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기적이 사실인지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파견된다. 소녀 애나의 상황을 관찰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나이팅게일의 제자인 노련한 간호사 리브는 2주 동안 마을에 머물며 소녀를 관찰한다.

자신의 몸이 스스로를 먹어치우는 데도 저항하거나 요구하지 않는 아이. 한없이 상냥하고 차분하며 솔직한 소녀. 신앙심도 깊으며 자연을 아끼고 동정심도 뛰어난 애나 오도널. 누가보아도 죽어가는 상태임에도 주변의 그 누구도 소녀가 아사 직전의 상황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들 모두는 자기의 자리에서 고상하지만 잔인하게 소녀를 이용한다. 그리고 소녀는 그들의 이용을 자신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수행처럼 여긴다.
매일 서른세 번의 기도를 하는 애나. 서른 셋은 부활한 그리스도의 나이이다. 아이의 기도는 염원과 간절함을 담고 있으며 그 간절함은 먼저 죽은 팻 오빠에게 향해 있다. 소녀의 여리고 약한 마음을 이용하는 어른들. 그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이기적이다. 약한 존재는 가진 것이 없다. 가진 것이 없는 소녀가 자신의 유일한 소유물인 육체를 이용해 자신의 염원을 갈구할 때 아이 주변의 위선자들은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죽음을 부추긴다. 진정한 어른이라면 아이의 과도한 죄책감을 가볍게 해주어야 했을 것이다. 죽은 자로 인해 살아있는 자의 삶이 피폐되고, 무지로 인해 순수한 영혼이 고통받고 있다면 우리는 다독이고 인도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가 해야 할일인데 애나의 사회는 오히려 진실을 말하려는 리브를 비난한다. 무섭고 섬뜻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문장들이 살아났다. 리브로 분한 '플로렌스 퓨'의 연기력과 아름다움이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한다. 가제본으로 읽어 문장으로는 기적을 경험하지 못했다. 읽지 못한 뒷이야기 속에 애나를 위한 기적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너무 작고 소중한 영혼들이 사회 속에서 이용 당하지 않길 애나를 떠올리며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