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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평점 :
『어머니』
막심 고리키 ㅣ정보라-옮김 ㅣ을유문화사
표지 그림이 인상적이다. 등을 보이고 있는 여인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의 눈에는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없이 울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녀의 어깨에 한 손을 살짝 올린 이는 아마도 그녀의 아들일 것이다. 어머니의 갈색 겉옷 여기저기가 기워져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막심 고리키의 대표작 [어머니]는 노동자의 각성과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의 효시로 불린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이다. 즉 주체가 사회주의적 렌즈를 통해 세계를 파악해 그 세계를 서술하는 예술사조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계급투쟁을 하여 사회를 바꾸고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각성하고 혁명에 뛰어드는 주체가 여성, 게다가 어머니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털북숭이 철물공 미하일 블라소프의 아내 '펠라게야 닐로브나 '는 남편의 폭언과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녀의 어린 아들 파벨은 무거운 망치를 들고 "더 이상은 당하지 않아" 라고 외치며 대항한다. 철물공의 죽음 이후 아들 파벨은 여느 노동자들과 다름 없는 삶을 사는 듯 보였으나 슬프고 온순한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본 후 어딘가 다른 방향을 향해 집중하기 시작한다. 파벨이 집중하는 방향은 곧 어머니의 방향이 되어버린다.
어머니 '펠라게야 닐로브나' 는 1900년대의 여성이다. 여성은 가정 내 자기 발언권은 물론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지던 시절이다. 그녀가 남편에게 얻어맞았던 매일을 누군가는 '고문'으로 표현할 만큼 폭력적이었는데도 그녀는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눈에 띄지 않으려는 노력만 했을 뿐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다. 인식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녀의 세상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주변 사방의 여자들이 다 그녀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잘잘못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 파벨에 의해서 '혁명'에 가담하며 신문을 이곳 저곳에 전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방문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그녀의 깨달음은 자각을 불러일으키며 부당함은 대항하고 맞서야 바로잡아진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막심 고리키는 왜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의 주인공을 여성인 어머니로 설정했을지 궁금해졌다. 가장 취약하고 억압받는 대상이기 때문일까?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유일한 대상이 절대약자인 다수의 구성원들을 대하는 폭력성을 통해 사회 속 약자들의 어려움을 독자가 더 실제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함임을 예상해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정 안에서는 절대권력을 가진 강자였던 남편 블라소프는 조금 더 확장된 사회인 공장에서는 가장 취약하고 약자인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그는 착취의 부당함을 대항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이 아닌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들에게 화풀이함으로 해결한다. 이런 해결은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오히려 모두가 불행해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버지와 달리 아들 파벨은 자신을 착취한 대상을 향해 정면으로 소리친다. 올바른 자세이며 또다른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행동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이야기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닐로브나처럼 어머니의 위치에 있는 나는 그녀의 아들을 향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응원과 지지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다. 이들과 같은 상황에서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보단 자식이 자신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더 집중하길 바라는 것이 대부분의 부모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응원은 아들 파벨에게 더 값졌을 것이다. 본받고 싶은 부모의 자세이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6월 항쟁 전까지는 금서였다고 한다. '혁명' 과 '각성'이 진실을 숨기고 싶었던 힘을 가진 자들에게는 꺼려지는 단어였을 것이고,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던 젊은이들에게는 필요한 단어였을 것이다. 2022년을 살고 우리 사회의 지금은 과연 이 두 단어가 필요한 때인지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