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여름의 피부

이현아 지음 ㅣ 푸른숲

 

유년_새파랗게 어렸던 덜 익은 사람

 

글을 쓰는 사람인 이 책의 저자 '이현아'의 쓰기는 '차분하게 침잠하는행위인 것 같다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우울하고 슬픈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녀 자신에게는 이해의 시간이라고 한다.

 

어릴 적 그녀는 '전봇대를 켜는 아이'였다고 한다저자가 자란 시골 마을 중심부에 나 있는 길고 좁은 길엔 개천이 있었고 개천의 양옆을 이어주는 다리 옆 키 큰 전봇대가 그녀 담당의 전봇대였다고 한다매일 일정한 시간에꼬마였던 그녀는 자신 담당의 전봇대 밝히는 일을 했다집앞에 있던 그녀의 전봇대에서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어린 시절 다양한 감정을 배웠다전봇대 아래는 늘 푸른 빛깔을 띄었기에 그녀의 다앙한 감정들은 '푸른색을 띄게 된다.

 

그래서 예술작품들을 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그녀는 푸르게 이해하는 것이다시적이고 멋지다감정에 색을 입히고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에 관련된 색에 대해 이렇게 멋지게 풀어내다니 놀랍다.

 

20-21세기의 작가들은 아직 많이 생소하고 잘 모른다여름의 피부를 통해 그 시기의 작가들과 그림을 알게 되어 좋았다특히나 20세기 최고의 구상화가 중 한 명인 '루시안 프로이드'가 기억에 남는다자신의 주변 사람들만을 피사체로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를 소개하는 이현아의 글들을 통해 '누군가를 바라보는 일'이 가지는 힘과 바라본다는 것은 일차원적으로 시선을 두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나를 바라보고내가 바라보는 대상과 이야기를 나눔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여름_모든 것이 푸르게 물들어가는 계절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여덟 살에 미국으로 이주하고늦은 나이에 우연한 기회로 주목받아던 화가 '루치타 우르타도를 소개하며 저자는 자신이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한다얇은 옷들을 훌훌 벗어버려 나신이 된 후 주변의 것들을 촉감으로 느낄 수 있기에 그녀는 여름이 좋다고 한다.

 

우르타도의 <무제>라는 제목의 그림은 나신의 여성이 서있는 자세로 자신의 몸을 포함해 1인칭의 시선으로 보이는 것들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그림 속 여성은 화가 본인일 수도 있다자신을 드러내길 주저했던 그녀는 자신의 나신이 드러난 그림으로 세계에 나아갔다.

 

나신으로 주변의 촉감을 느끼는 세상과 하나 됨을 느끼는 저자는 우르타도가 나신의 그림으로 세상으로 나아간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이는 자신을 숨기거나 꾸미지 않고 나감에 대한또한 세상을 온전히 느끼려는 용기에 대한 박수일 것이다.

 

저자 이현아의 여름의 피부』 는 파릇파릇한 푸르름보다는 침잠하듯 고요한 푸르름이다이 책을 통해 표현에 따라 색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한다판형이 더 커서 그림의 색감을 더 확연하게 느꼈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조용하지만 힘있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지며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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