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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54
볼테르 지음, 이봉지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16-30장
캉디드의 여정은 계속된다. 여정 중에 유대인에게 노예처럼 팔려 포르투칼에 있던 퀴네공드를 구하게 된다. 이 과정 중 캉디드는 퀴네공드를 위해 유대인과 재판소장을 살해하게 된다. 살인자가 되었기에 도망쳐야 했고, 고심하던 중 파라과이의 예수회 신부들을 응징하기 위해 출정할 함대가 조직되어 있는 것을 알고 합류한다.
그들의 배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마침내 도착한 곳에서 캉디드는 퀴네공드와 결혼하려 한다. 하지만 그곳 총독이 퀴네공드에게 반하여 둘은 결국 또다시 헤어지게 된다. 게다가 파라과이에서 극적으로 만난 퀴네공드의 오빠가 캉디드와 동생의 결혼을 반대하며 캉디드의 얼굴을 칼등으로 내리치고, 이에 캉디드는 충동적으로 칼을 뽑아 남작의 배를 찌른다. 도대체 캉디드의 여정 어느 곳에서 인생을 낙관적이라 생각할 수 있냐는 말이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잘못이지만, 티없이 맑고 밝게만 대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결국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한면으로 단정지어서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해준다. 다양한 상황과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즐비한 것이 인생이므로 그때그때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비관적으로 생각하여 조심하고 대비하여 피해를 줄일 수도 있으며, 낙관적으로 생각하여 다시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모든 자세가 다 필요하다. 결국은 또 '균형'이 중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저런 일에 휘말리던 캉디드는 우연히 최상의 낙원 '엘도라도'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이 지상 최대의 낙원인 이유는 우리의 세계와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이곳은 물질적 가치를 삶의 최종 목표로 삼지 않으며,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더 넓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나라 안에서 순수함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또한 유일신을 믿음으로 인해 서로 다른 믿음을 이유로 견제하고 싸우거나 죽이지 않는다.
엘도라도에 머물러서 사는 것이 어떨까 잠깐, 아주 잠깐 고민하던 캉디드는 자신이 경험한 이곳을 타인에게 과시하고, 자랑하고 싶어 또다시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결국은 손에 잡을 수 있는 행복을 사소한 욕심과 알량한 으스댐을 위해 포기한 것이다. 이 얼마나 미련하고 한심한 행동인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의 부러움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야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얄팍한 우리 인간의 한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캉디드는 길고 험난한 여정의 끝에 퀴네공드와 재회한다. 어찌된 영문인지 절세미녀였던 퀴네공드는 캉디드가 소름이 끼쳐 뒤로 세 발짝 물러설만큼 추녀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캉디드는 그녀와의 약속을 존중하며 그녀와 결혼한다. 이제 그는 과연 행복할까?
여기 저기 사기를 당해 그 많던 보석과 돈은 사라지고 달랑 작은 농가만 남은 캉디드는 나날이 추해지고 까다로운 밉상이 되어버린 퀴네공드가 버겁다. 비참한 속에 살아가던 캉디드는 어느 날 오렌지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던 노인과 대화를 나누다 깨달음을 얻는다. 노인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3대 악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일을 한다고 말한다. 노인의 말을 통해 캉디드와 그의 스승 팡글로스와 말벗 마르틴은 '부귀영화'는 위험한 것이며, 삶을 견뎌내는 유일한 방법은 공리공론이 아니라 일을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깨달음 후 그들은 각자의 재능을 발휘해서 각자의 밭을 갈며 진정한 행복을 기다린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에게 선물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