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9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 지음, 김현준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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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과 비르지니

베르나댕 드 생피에르 ㅣ 김현준-옮김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009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Bernardin de Saint-Pierre, 1737~1814)는 생소한 작가이다그는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며젊었을 때는 그것을 실현하려고 노력했지만 거듭 실패로 끝나고 결국엔 자연에 대한 사랑 속에서 위안을 얻은 인물이라고 한다. 18세기그것도 프랑스 작가라니...그에 대해 이해하려면 '루소'를 알아야 한다그는 루소의 사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루소는(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인간은 평등하고불평등은 사유재산 때문에 발생하며 우리는 작게 소유해야 하고노동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또한 인간은 자연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계몽주의자였다.

 

이 책의 작가 베르나르댕 생 피에르와 그가 영향을 받은 사상가 장 자크 루소에 대해 알고 나니 폴과 비르지니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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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두 여성은 아프리카 동남부의 프랑스 섬에 정착한다여기서 각각 과 비르지니라는 아이를 낳아 키운다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처럼 맑게 자라난 두 아이는 자연스레 서로 사랑에 빠지고섬에서 함께하는 영원한 미래를 꿈꾼다그러던 어느 날비르지니는 부유한 친척으로부터 막대한 재산이 보장된 파리에서의 생활을 제안받는다엉겁결에 비르지니는 파리로 떠나게 되고폴은 비르지니를 그리워하며 몹시 괴로워한다비르지니 역시 폴을 그리워하며 파리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던 중원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시키려는 친척에 반대하다가 다시 섬으로 쫓겨난다그런데 폴이 남아 있는 섬을 불과 몇 킬로미터 앞에 두고 비르지니가 탄 배는 거센 풍랑을 만나 난파될 위기에 처한다.


 

바다의 풍랑 속으로 비르지니를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는 폴에게 그녀의 흔적들로 가득한 섬은 참을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그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인은 폴이 품은 연정에 대해 논박하며그녀가 섬으로 돌아와 그와 미래를 함께 했다면 과연 행복했을지 묻는다.

 

폴을 위로하기 위해 던진 노인의 말처럼 비르지니가 바다에 빠지는 불행없이 폴의 곁에 남았다해서 그들이 마냥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는 장담을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그녀는 잠깐이나마 프랑스의 상류사회를 접했으며다시 돌아오려 마음먹었다 하더라도 물질에 대해 마냥 의연했을지는 알 수 없다상속도 없이 돌아온 그녀는 결국 폴에게만 의지해서 살아야 했고유럽의 교육과 담대함을 경험하고 돌아왔기에 자신을 억누르며 살아야 했을 것이며아이라도 낳게 되었을 경우 노모와 많은 식솔들을 책임져야 하는 폴의 부담감과 고충으로 그들은 서로를 보는 것이 괴로움이 되어 버렸을 수도 있다그래서 어쩌면 사랑을 품고 죽음을 맞이한 비르지니가 행복한 것일 수도 있다는 노인의 궤변이 마냥 억지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결국은 그녀를 프랑스로 보내야만 자신들의 삶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어른들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었다자연에서도 충분히 그들이 살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불행이다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무언가를 소유하고 있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결국은 우리를 불행하게 할 수 도 있다는 작가의 경고가 비르지니의 죽음로 표현된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은 아름다운 사랑으로 결말지어지지 않았다바다가 화를 내며 그녀를 삼킨 것은 어쩌면 섬과 섬의 사람들을 미개하다 여기고자연을 볼모 삼아 경제적 이득을 꾀하려한 문명 사회에게 보내는 작가의 경고였을 수도 있다.

 

폴과 비르지니』 는 아름다운 섬과 아름다운 자연아름다운 젊은 연인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면서도 유럽 사람들의 독선과 이기심문명인들의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 작품이다화자인 노인의 구구절절 뽑아내는 길고 긴 말들이 지루하기는 하였으나 다양한 견해와 학식과 철학을 담고 있어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 주었다.

 

노인의 말처럼 풍요 속에서 피폐해지지 말고부족함 안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는 우리가 될 수 있어야하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에게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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