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황금가지

 

 

1950년대 멕시코의 폐광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멕시칸 고딕은 음산하고축축하며답답한 공기를 풍기며 전개된다멕시코 원주민들은 스페인 식민지 때부터스페인 사람들이 물러간 후에도 많은 외국 세력들로 부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자원도 갈취 당했다고 한다작품 속 음산함은 그 당시의 학대 받고갈취 당한 사람들이 유령이 되어 만들어내는 분위기일 것이다.

 

영국 광산 회사들은 1800년대 초 멕시코에 들어와 채굴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터전을 영국풍으로 변모시킨다이 작품은 그렇게 변모된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그 당시 유럽 사람들이 주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을지 작품 속 빌런 하워드 도일을 통해 알 수 있다.

.

.

모든 가족들은 유전적 영향으로 닮을 수밖에 없다하지만 하이 플레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저택에 살고 있는 도일가 사람들의 닮음은 썸짓함을 유발한다노에미 타보아다예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촌 언니의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받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하이 플레이스가 있는 엘 트리운포 마을로 향한다저택의 사람들은 뭔가를 숨기는 듯한 냄새를 풍기며 노에미가 사촌 카탈리나와 대화 나누는 것을 방해한다열리지 않는 창문어두컴컴한 실내억압적 분위기의 저택이 카탈리나의 정신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을 거라 노에미는 생각하지만 욕망 가득한 꿈과 벽에서 들리는 목소리 때문에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하며 집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

.

저택의 모든 사람이 거역하지 못하는 인물 하워드 도일은 카탈리나의 남편인 버질의 아버지이다그는 단순한 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두피에 고집스럽게 붙어 있는 몇 안 되는 머리카락과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색은 민달팽이를 연상시킨다첫 만남에서 그는 노에미의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을 들먹이며 혈통을 궁금해 하고우월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듣고 싶어한다.

 

노에미는 유럽인은 토착민과의 혼혈로 이득을 보았다는 학자의 논문 내용에 동의함을 표현하고하워드 도일은 혼혈로 인해 '보편 인종'이 생겨나 새로운 미의 기준이 형성되었다며 노에미의 아름다움을 칭찬한다작품 중간중간 제시되는 우생학 이론은 이 작품에서 다루는 가장 큰 주제 중 하나이다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이 인류에게 끼칠 수 있는 다양한 폐해를 작품은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월한 인종에 집착하고자신들을 우월하다고 자부하며 자신들의 인종적 특색을 후대에 남기려는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은작품에서 묘사된 도일 가문의 상징인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으로 대변된다길고 긴 자신의 몸의 끝을 찾아 물고 있는 뱀은 결국 자신의 몸을 물어 뜯어 살아가다 자멸하게 될 것이다현대 사회가 법적으로 근친혼을 금지시키는 이유는 이런 자멸을 막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또한 서로 다른 타인과 소통하고 어우러지며 살아가야 건강하고 다양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

우생학영생폐쇄적이고 고립된 집단 등 다양한 소재에 고딕적 으스스한 공포를 덮어 가독성있는 문장으로 만든 멋진 이야기였다집중하여 한숨에 읽게되는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고딕 소설이란 긴장감과 공포를 주된 분위기로 하는 로맨틱 소설이라고 한다그래서 다소 수동적이며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과 폭력적인 남성들의 모습이 등장하고여성들이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는 결말로 이루어져 있다이 작품 또한 그렇다하지만 그녀들의 벗어남이 온전히 그녀들의 힘이 아닌 그녀가 매력을 느끼는 또다른 남자로 부터 유발된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