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글쓰기 -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와 문장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명숙 옮김 / 북바이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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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글쓰기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 ㅣ 박명숙 엮고 옮김 북바이북

 

 

'여성의 권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이다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를 생각하면 영화 '디아워스'의 버지니아로 완벽하게 분장한 니콜 키드먼의 슬픈 얼굴이 떠오른다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다양하게 사유하고 표현했던 그녀의 글들은 그래서 더 비장하고 슬프게 느껴진다.

 

마음을 사로잡는 민트색 표지의 여성과 글쓰기』 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7편과 문장들을 한 권의 담은 책이다. [자기만의 방]을 포함해 함께 실린 여섯 편의 에세이 모두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그녀의 성찰이 잘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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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20세기 페미니즘 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한 정말정말 유명한 작품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가 풀어내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의 시대로 날아가 그녀를 바라보며 강연을 듣는 듯도 하고나란히 '옥스브리지'의 잔디밭을 거니는 듯도 하다.

 

버지니아는 강연에서 실체가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다.지어낸 이야기 속 그녀도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낚시 중 물고기가 찌를 살살 건드리듯 복잡미묘한 깊은 생각에 빠진 그녀는 자신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오는 누군가를 알아채고 놀란다그가 미친 듯이 그녀를 향해 돌진해 달려온 이유는 그녀가 서 있는 가상의 학교 옥스브리지의 잔디밭이 대학 내 연구원이나 학자에게만 허용된 공간이기 때문이었다곧 남성에게만 허용된 공간이라는 것이다그녀는 도서관에서 한 번 더 입장 제지를 당한다도서관에 여성이 입장하기 위해선 대학의 연구원과 함께 오거나 소개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그녀는 옥스브리지의 도서관에 저주를 퍼부으며 다시 생각한다도대체 이 공간이 하나의 성에게만 허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에게는 육아와 일은 병행하기 힘든 것이므로 사회가 여성에게 더 요구하는 육아에 매진하게 된다그들이 매진한 육아로 인해 키워지는 남성들이 인정받고 존중 받는 것은 결국 여성이 자신의 일을 포기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면 어떤 공간에 들어가는 것을 제지 받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그런데 더 서글픈 일은 만약 그녀가 육아를 포기하고 일을 하여 막대한 재산을 모아 대학과 도서관의 초석 아래 기부했으면 어떠했을까 라는 상상 자체가 무의미함을 넘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이 시대의 여성은 돈을 버는 게 불가능했으며벌더라도 그 돈의 소유가 법적으로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 누가 육아와 일 사이에 일을 선택하겠느냐는 말이다.

 

영국의 위대한 작가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건강과 돈집 같은 물질적인 것이 연결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버지니아는 해석한다당시의 여성들은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져 자신의 의지에 따라 무언가를 결정할 수가 없었을 만큼 하찮은 존재였다배우자 선택은 물론 글을 쓰겠다는 의지를 결정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게다가 여성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는 관습이 존재했기에 그녀들의 피에는 익명성이 흐르게 된다조롱의 대상이 되며글을 쓸 나만의 공간도 존재하지 않던 시대 어떤 여성이 온전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따라서 엘리자베스 시대 여성의 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여성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쓸 수 있는 풍부한 경험과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그리고 글을 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만 있다면 모든 기회가 제공되었던 남성들 만큼 여러 분야의 멋진 작품들을 쓸 수 있었을 거라고 그녀는 자신한다나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다남성과 어느 정도는 동등해진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뛰어난 기량과 활약만 보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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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직업

 

버지니아는 자신의 직업을 문학이라고 하면서글쓰기는 고상하고 무해한 직업이라고 말한다그녀는 '무언가'를 쓰고자신이 쓴 글로 보수를 받기 위해서 자신은 '가정의 천사'를 죽였다고 말한다그녀가 죽인 '가정의 천사'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아마도 집안 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수동적이고그림자 같은 역할을 하는 여성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한다.

 

이제 '가정의 천사'를 죽인 젊은 여성은 '자기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자신에 대해 써내려 갑니다자신의 신체자신의 열정자신의 경험에 관한 것을 써내려 가다 그녀는 문득 남성들은 의식하게 된다나의 글을 본 그들이 내릴 시선과 평가에 그녀는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게 된다그녀가 쓰기를 다시 시작하려면 극복해야 할 편견들이 아직 많다.

 

이제 여성들 앞에 '가정의 천사' ,'유령과 장애물'이 사라지고,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게 되었다하지만 아직 그 방은 텅 비어 있다방을 어떤 가구와 장식으로 채우고다른 이들과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느냐에 따라 그녀들의 방은 서로 다른 색을 가질 것이다다양한 색의 다양한 방이 존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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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는 수록된 버지니아의 훌륭한 에세이들에는 '여성과 여성이 쓴 픽션혹은 '여성과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여성이 여성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성에 대해자신이 가진 성을 바라보는 또다른 성의 시선에 대해자신의 성에 대한 사회의 평가에 대해 돌아보고고찰하고이끄는 그녀의 문장들은 같은 성을 가진 나에게 보물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곁에 두고 천천히 깨달으며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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