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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ㅣ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평점 :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류현재 장편소설 ㅣ 자음과모음 ㅣ 새소설11
◑ p.10
언제부턴가 아내와 나는 어느 자식이 더 나쁜 놈인지를 놓고 다투었지만 하도 경쟁이 치열해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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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잔인하고, 기괴해서가 아니라 사실적이라 충격이다. 그리고 서글프다. 그렇게 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으로 치닫기에 서글프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은 가족의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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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딸 은희는 이혼녀이다. 그녀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홀로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 않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타인의 시선으로 부터 받는 상처 때문에 그녀는 더 힘겹다. 힘겨운 그녀를 더 서글프게 한 것은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부모였다. 부모로 부터 받은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된 엄마의 병간호를 시작으로 두 노모를 모시게 된다. 처음엔 모두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자신과 아들에게는 든든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고, 병들고 늙은 부모를 모시는 것은 자식으로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들은 더이상 그녀가 어릴 적 알던 인자하고, 강인하고 고상한 부모가 아니었다. 땅에 떨어진 자목련 꽃처럼 추함이 더 강한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소중하고 아낄수록 '거리'를 두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움과 추함은 서로 등을 붙이고 가까이에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모습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척에 두려함은 사랑스러운 모습과 함께 , 치부와 보고 싶지 않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선택해야 한다. 추함을 참아낼 것인지, 서운함을 던져줄 것인지를 말이다. 그걸 하지 못해 은희는 괴로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힘겨움을 넘어 저주를 퍼부어댔던 은희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나의 부모를 은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날이 올까봐, 은희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게 될까 두려움이 앞선다. 적당한 거리두기를 연습함과 동시에 나의 거리가 이유가 있음을 대화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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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현창, 은희, 현기는 남매이다. 그들의 부모 영춘과 정숙은 아이들을 반듯하고, 멋지게 키웠다. 하지만 그들의 반듯함과 멋짐은 두 부모가 건재하고 건강할 때만 유효했다. 관계의 가치는 힘들 때 발휘된다고 본다. 힘겨울 때도 여전히 변함없이 유지되는 관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큰 딸 인경은 맏딸로써 부모를 실망시켜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 가족과 자신의 아픔을 나누지 못해 힘겹다. 둘째이며 장남인 현창은 의사가 되어 부모를 기쁘게 해드렸지만, 아내와 부모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갈등에 힘겹다. 세째 은희는 호기스럽게 부모를 모시겠다고 했던 말과 형제들이 자신에게만 부모를 맡겨놓고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생각해 힘겹다. 막내 현기는 오랜동안 했던 고시공부를 접고 마주치는 세상과 부모의 무시에 힘겹다. 남매 모두 각자 힘겹고, 자신의 힘겨움을 감당하지 못해 부모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들의 상황이 각자를 질식하게도 만들고, 옆에 사람도 숨막히게 만든다. 서로를 질기게 옥죄고, 지긋지긋함에 치를 떨며 도망가고 싶어지게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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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독자에게 경험하지 않은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내가 작품 속 인물의 상황에 처한 다면 어떻게 해야 현명할지 생각하게도 한다. 내가 포함된 나의 부모와 형제와의 가족, 내가 포함된 내가 만든 가족, 모두가 서로를 지긋지긋하고 힘겹다고 느끼지 않길 바래본다. 그러기 위해 좀더 진솔한 대화를 가질 것이며, 지나친 기대로 실망을 키우지 않도록 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