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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치 - 돈으로 살 수 없는 미래
마크 카니 지음, 이경식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평점 :
『초가치』
마크 카니 ㅣ 윌북
이렇게 멋진 경제서적이라니....놀랍다. 저자 마크 카니는 우리의 시장에 이기심만 남아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우리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가치평가가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야 하며,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관점이 빈곤하고, 정말 중요한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문에 제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는 이 책이 제시하는 주제를 잘 설명하고 있다. 교황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과 시장 체계의 미래를 논의하는 식사자리에서 '와인'과 '그라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은 색, 향, 맛, 알코올을 포함하고 있지만, 그라파는 알코올로만 이루어져 있다. 교황은 말한다. 인간성에는 열정, 호기심, 이성, 이타주의 , 창의성, 이기심 등이 포함되어있지만 시장에는 다양한 인간성은 상실된 채 '이기심'만이 존재하게 되었으니 우리가 이젠 '그라파를 와인으로' 돌려놓는 일을 할 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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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가지 위기
저자는 21세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위기를 신용 위기, 코로나 위기, 기후 위기로 정의 내린다. 각 위기의 원인과 정책 대응들을 살펴보며 저자는 각기 다른 세 가지의 위기가 동일한 가치관의 위기에서 초래되었다고 본다. 또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인과 기업가, 투자자 그리고 국가를 위한 전략들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소비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사람과 몸집이 큰 기업을 신봉하고 능력자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눈앞에 보이는 것만 휘황찬란한, 속임수의 거품일 수도 있었다. 은행이 파산하고, 국가가 위기에 빠지고, 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린 경험하면서, 몸집이 크다고 튼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안전, 단순, 공정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사회적 자본 사이의 균형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유로 형성된 자연스러운 시장도 중요하고, 제도에 대한 개인의 책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인류를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가깝게 묶어 놓았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다양성을 선물했으며, 연대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세계화는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쉽게 국경을 넘나들게 하며 공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함을 상기시켜주기도 했지만, 인종차별과 이기주의를 부추기기도 했다. 팬데믹은 경제적 충격과 불황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자연환경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했다. 팬데믹이라는 상황은 비극이지만 이런 순간 인간은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가 그동안 성장만을 향해 달리느라 놓친 것들을 돌아보게 했고, 다양한 삶의 질과 대상 범위의 폭도 개선되어야 하며, 과학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생각할 수 있었다.
정점은 기후 위기이다. 한 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며,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성장 위주의 경제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로 생각을 전환해야 하며, 전 지구가 함께 위험은 제대로 인식하고, 대안을 강구하여 모두 함께 연대하고 행동해야만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자산에 대한 재평가는 시급하다. 탄소중립은 기업이 직면한 문제이며, 혁신이 필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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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성공적인 경제를 지탱하는 공통적인 가치관과 믿음으로 역동성, 회복력, 지속가능성, 공정성, 의무, 연대,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제멋대로 돌아가는 시장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 지도자들은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옳은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효과적인 리더쉽을 발휘하면서도 윤리적이며, 가치와 가치관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가치를 창조해야 하며,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살펴야 한다. 기업은 기업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 직원은 물론 주주들, 협력업체, 고객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 곧 기업은 지역과 국가 그리고 국경을 넘어 연대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투자는 시장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가 서로 보조를 맞추게 이루어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모두에게 혜택을 누리도록 공익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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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과 가치는 다르다. 가치관은 행동의 여러 가지 원리나 기준을 드러내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해준다. 이에 비해 가치는 간직할 만한 소중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점점 금전적 가치가 어떤 사람의 가치와 동일시 되고 있다. 이는 시장 경제가 시장 사회로 이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평등과 기회, 공정성의 가치관이 훼손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가치로 사회의 가치를 결정하면 이기주의만 남게 될 것이다. 사회의 가치로 시장의 가치를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질로 '할 수 있는 것' 이 무엇일지 생각한다면 그라파를 와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무려 800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경제 관련 서적이다. 어마어마한 분량과 머리 아픈 분야이지만 결코 가독성이 떨어지거나 어렵게 읽지 않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종국에는 물질 만능의 이기심을 버리고, 지켜야 할 가치를 위해 함께 하자는 것이라 더 쓸모있는 읽기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