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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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ㅣ 창비

 

이름만으로 존재감을 보인다는 것은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이다그 힘이 어느 곳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이롭게도 해롭게도 할 수 있다. '리베카 솔닛'이라는 이름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이름이며세상을 좀 더 균열있게작은 소리도 의미있게 만들어주는 이름이므로 그녀가 가지는 힘은 세상을 좀더 이롭게 만드는 역할은 한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은 리베카 솔닛의 회고록이다그녀의 존재감이 이루어진 과정을 그녀 스스로가 되짚어 본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책 속에 담겨있는 문장들은 여성들에게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우리가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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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던 젊은 날의 리베카 솔닛

 

어린 시절 리베카 솔닛은 치열했었다정확히 무엇에 저항하는지 모를 때가 많았기에 그녀의 반항은 또렷하지도 일관되지도 꾸준하지도 않았다고 한다.(p.16) 하지만 폭력과 차별에 대항했으리라어린 시절 집에 있던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이 서서히 사라지는 걸 경험했다고 한다그녀가 표현한 사라짐은 소리내거나 존중받지 못하는 작은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그녀가 이른 청년기에 집을 나와 독립을 한 공간은 강렬하게 영적인 동네였다사방으로 다양한 종교적 공간이 존재했으며백인인 그녀가 눈에 띄는 소수인종으로 보여지는 흑인 거주지였던 곳이다그곳은 그녀에게 백인 중심의 사회에서 유색인종들이 겪을 수 있는 경험을 공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가난했던 그녀는 항상 물건을 탐냈다소유하고 싶어했고소유하고 나면 또 새로운 것을 원했다욕구는 갈망을 만들고소유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함을 야기 시켰다그녀는 나중에 젊은 날 자신의 소유에 대한 갈망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던 행동이었음을 깨닫는다그것을 소유하면 내가 처한 상황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며 비참함을 벗어났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하지만 결국엔 소유가 아닌 초월 혹은 세상을 넓게 보는 것에서 자신의 생각이 하찮은 것임을 깨달으며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된다.

 

강간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을 가쉽거리로 만들고행실을 지적하며 당연한 결과처럼 수군대는 사람들로 인해 그녀의 분노와 공포는 커진다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밤거리를 겁내해야 하며자신의 반경을 축소하거나 경계해야 하는 것에 분노하며 자신 안의 자유평등과 자신감의 감각이 죽는 걸 젊은 리베카는 경험한다.(p.65)

 

리베카는 사회 안에서 주체가 되지 못하고평가 받고강요 받는 존재인 여성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보호해 줄 '갑옷'이 필요하다고 느꼈다하지만 한 번도 자신이 여성인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남성이고 싶지는 않았다고 한다.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이며어디에 속해 있는지 아는 것은 내가 공간을 차지하고참여하며결정하고욕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여성들은 서있는 곳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으며남자들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해 멸시 받거나 기준에 넘쳐서 위협 받았다그래서 그녀는 눈에 띄지 않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듯 '사라지는 묘기'를 부렸던 것이다.

 

세상을 두드릴 글을 쓰기 시작한 리베카 솔닛

 

리베카는 종종 어둠을 칭송하는 글을 써왔다고 한다그녀는 환하거나 밝은 것은 선으로 검고 어두운 것은 악으로 인식하는 것이 무의식 속에서 인종적 차별을 야기한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뒤집으려 애쓴다어른이 된 후 우리는 밤의 기능이 다양함을 경험한다하지만 밤은 여성들에게는 쉽게 접근 가능한 시간이 아니다위험하고 위협이 도사리는 공포의 시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화 속 여인들은 여자로 존재하는 것이 어려워위험을 피하기 위해 종종 다른 것으로 바뀐다나이팅게일은 혀가 잘린 필로멜라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자신이 행한 폭력을 말할 수 없게 혀를 잘라버린 가해자자신인 채로 살 수 없으며발언할 수단을 거세 당한 존재인 여성들은 신화 속에만 존재하지는 않음을 리베카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사라지게 하고변신해야 하며침묵해야 하는 여성들을 위해,그리고 자신을 위해 리베카 솔닛은 글을 쓴다독자로써 작품 속 세계에서만 살던 그녀는 바깥으로 나와 글을 쓰기 위해서 저널리즘 대학원에 지원하고이곳에서 그녀는 논픽션 글쓰기에 필요한 것들을 배운다그녀가 배우고 깨우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는 이는 자신의 세계관을 갖추어야 하며자신의 글에 추구하고자 하는 윤리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었다.(p.154) 나에게도 이 대목은 큰 깨우침을 주었다그녀는 또한 글에 대해 말한다글이 되어 쓰여지는 이야기보다 글이 되지 못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들도 많다는 것을그래서 그녀는 사방치기처럼 말하고뒤로 살짝 물러나서같은 영역을 다시 밟아가기의 자세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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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꿀 유의미한 기여를 하는 방식으로 그녀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항상 눈에 보여야 하며사람들의 시선이 되는 것을 넘어 사람들 속에 들어가 가치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꾸준히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하고자 하는 말을 누군가 들어야 하며하는 말에 대해 신뢰가 부여되어야 하며영향력을 가질 만큼 중요도를 인정받는 것이 목소리를 말이다.

 

리베카 솔닛은 자신을 '생존자'라 칭한다여성이지만 살아남은 사람그녀의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사회의 변화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며 생존하길 바란다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응원의 목소리를 항상 유지하는 독자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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