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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디르크 로스만 지음, 서경홍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3월
평점 :

『문어의 아홉번째 다리』
디르크 로스만 ㅣ 서경홍-옮김 ㅣ 북레시피
조각난 얼음 위의 북극곰, UN에서 트럼프를 쏘아보며 울먹이는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앙숙이 되어 설전을 벌이는 70대의 트럼프와 10대의 그레타 툰베리를 통해 지구의 위기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힌 쪽은 목적을 가지고 기후가 위기라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음모론을 제시하고, 한 쪽은 정치인들의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며 기후 위기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함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우리의 지구는 과연 지속가능할까? 그레타처럼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불안하고 답답해진다. 그 답답함을 『문어의 아홉번째 다리』 의 저자 디르크도 느꼈나보다. 이 작품을 통해 실현 불가능테지만 인간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는 기후위기를 소재로 한 독특한 제목의 작품이다.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환경 위기를 둘러싸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2100년 파리에서 옛일을 회상하는 과학자들의 담소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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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지구상의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존재 미국, 러시아, 중국의 3대 강국은 비밀리에 환경문제에 대한 협상에 돌입한다. 그들의 협상 내용은 화석 연료 사용 제한, 세계 인구증가 한정시키기, 열대우림 보호였다. 이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을 수반하고 이를 위해 3국은 군비축소와 국방비 감축을 약속했다. 또한 신뢰 구축의 조치로 핵무기를 50% 감축하고 핵탄두를 폐기하기로 협상한다.
3국의 기후위기를 위한 협상을 모두가 반가워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들의 행동을 불편해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비밀요원, 거물 은행가, 마약 거래상, 아프리카의 독재자, 무기거래상들은 3개국이 협상으로 약속한 평화에 반대한다. 싸움과 불안 속에서 이익을 챙기는 이들에게는 이 평화는 그들의 평화가 아니었다.(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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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독재국 G3
◐ p.203
G3는 많은 국가들로부터 환경 독재국으로 비난받을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런 비난은 지구와 생명체에 처한 위험한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과 정부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여가를 위한 개인의 여행은 허락되지 않고, 출력이 큰 자동차 운행은 금지되고, 소비 규제는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침해했다. 또한 3대 강국의 생태 독재는 실업자를 발생시키고, 경제를 붕괴 시켰다. 게다가 그들은 그들이 밀어붙인 정책에 대한 성과를 세계에 보이기 위해 유전자 변형 식물로 세상을 채워야 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지만 탄소중립을 시행하지 않거나, 인구감소를 위한 산아 제한을 시행하지 않는 나라를 향해 군사행위와 경제제재를 시행하는 것은 옳은 것일까? 지구를 위해 , 인류를 위해, 대재앙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강압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인데도 강압적으로 밀어붙여야만 가능해지는 상황도 씁쓸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 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지도 생각해 본다. G3는 자신들의 협정을 위해 군사적 행동을 준비하며 NATO와 UN에서도 탈퇴한다. 이들의 행보를 각국의 언론은 '선의 독재자' '생태 전제주의' '세계의 구조조정' 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와닿는 단어들이며, 지구를 위해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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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여덟 개의 다리처럼..
◐ p.289
"나는 너를 지키고, 너는 나를 지킨다. 이런 게 가족인 거지?"
브라질의 두 형제가 어린 시절 자신들의 형제애를 돈독히 하기 위해 만들었던 맹세문은 지구 안에 함께 살고 있는 자연과 인류의 관계를 말하는 듯 하다. 우리는 가족이다. 하지만 한쪽이 지나친 욕심과 힘을 쥐고 있어서 다른 한쪽이 지나치게 찌그러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두 형제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듯 인류가 자연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구'는 화목하고 행복할 것이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니까.....
슈퍼 동맹의 생태 독재가 난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까?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위해 좋은 일이고 필요한 행동인데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들의 동맹 이면에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비리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사회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처음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선한 동맹이 언젠가 변질될 것이라는 삐뚤어진 생각도 한 몫하고 있다. 이 작품은 '기후위기SF'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이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억지스럽고, 강제적인 개입이 필요할 만큼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것을 상기 시킨다.
문어의 다리는 여덟 개이다. 각자 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함께 작동한다. 지구를 위한 우리 모두의 행동은 제각각이겠지만 같은 곳을 향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작품 속에서 인간이 문어에게 밀어붙인 아홉 번째 다리의 결과를 상기하며 자연을 대할 때 우리는 겸손해야 할 것이다.우리만 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