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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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이수안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검은 기운, 마녀, 타로 카드...할로윈데이와 어울리는 단어들이다. 과학이 발달하였어도 영적이며, 미지의 알 수 없는 세계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세계가 가지고 있는 신비로움은 매력적인 문학적 소재이다. 그 모든 매력적인 소재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시커의 영역은 유행가 가사처럼 철학적이면서도 감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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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이의 엄마는 마녀이다. 단이의 엄마는 간판도 없이 문패에 '이연타로'라고 삐뚤빼뚤 적어 놓고 가정집 1층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타로점을 쳐주는 마녀이다. 오컬트적인 엄마와 둘이 살던 단이에게 기타를 둘러맨 삼십대 후반의 백인 아빠가 나타난다. 아빠와 딸이라고 서로를 호칭하진 않지만 에이단과 이단은 서로의 관계에 만족한다. 언제나 불행이 자신을 따른다고 믿는 에이단을 위해 단이는 당첨되기 어려운 행사에 자신들의 사연을 이용해 행운을 거머쥔다.하지만 단이가 움켜잡은 행운은 방향을 틀어 그들 부녀에게 예기치 않은 이별과 또다른 만남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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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13

엄마를 찾아오는 이들은 무언가를 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간절한 바람이나 골치 아픈 문젯거리를 안고 와서, 생잡이로 뽑아낸 몇 장의 카드에서 일말의 힌트라고 얻고자 했다. (...)똑같은 카드를 뽑았다고 해석이 같은 것도 아니었다. 시커의 질문과 상황에 따라, 혹은 성향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책제목의 한 단어인 '시커'는 타로점쾌를 기다리는 사람, 타로점을 보러 오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불안하거나 확신이 없을 때 , 우리는 나를 안심시키거나 확실하게 포기할 수 있는 말을 누군가 나에게 해주길 바란다. 또한 자신이 듣고 싶은 대답을 타인의 입을 통해 다시 듣고 싶어한다.

 

일흔여덟 장의 카드가 사람들의 모든 희노애락을 예견하거나 재단해줄 수 없다는 것을 카드를 뽑는 사람도 알고 있다. 결국 카드를 나열하는 점술가는 카드를 뽑은 사람, 즉 시커의 질문에 해당하는 해석을 서술한다.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성향이나 시선에 따라 질문의 방향은 달라질 것이다. 또한 자신이 듣고 싶은 점쾌가 아니어서 믿고 싶지 않아 미신이라 치부해 버리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며, 점쾌가 맘에 들어 그럴싸한데 라며 흐뭇해 하는 것도 자기 선택인 것이다.

 

삶이 카드 몇 장의 예언처럼 진행된다면 세상은 이처럼 복잡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채롭고 예측 불가능하기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새롭기도 한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단의 행운이 에이단의 죽음을 불러왔고, 에이단의 죽음이 류이의 사랑을 가져왔듯이 무엇이 행운이고, 무엇이 불행이라고 딱 잡아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삶이다. 그래서 그 모든 삶의 일들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것은 '시커'의 영역, 즉 카드를 고르는 사람의 시선과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p. 249

멈춘 시간 속 잠든 너를 찾아가

아무리 막아도 결국 너의 곁인 걸

길고 긴 여행을 끝내 이젠 돌아가

너라는 집으로 지금 다시 Way back home

 

마녀를 시작으로 작품 속 모든 인물들이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모두가 선하고 순수하며 자신에게 진심이라 멋지다. 작가는 감정은 나의 의지대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슬픔에 빠지는 것도,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도 결국 스스로 해야 할 몫이다. 단이가 류이를 향해 불렀던 노래의 가사처럼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고 막으려 해도 결국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면, 곁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할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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