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평점 :

▣복도-강화길/우수작
◑ p.182-183
나는 그곳에 너와 함께 숨었다. 네가 또다시 버둥거렸다. 내게서 빠져나가려고 애를 썼다. 나는 다시 너를 달랬다. 쉬, 쉬,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내가 설명할게. 언제나 그랬으니까. 뭐든 설명하면 다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납득할 수 있었으니까. 받아들이게 되었으니까. 너도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리하여 나는 너를 확 끌어안았다. 네 턱이 내 어깨에 묻혔다. 네가 헉, 하고 숨이 막히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것이 내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
.
나는 공감각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강화길 작가의 단편 [복도]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작가가 묘사하는 집의 위치와 형태가 도저히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아서 답답했다. 나에게는 작가가 구현하는 집의 모습를 알 수 있는 삽화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작품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미스테리하고 음산한 기운은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강화길 작가의 [복도]는 기괴하다. 게다가 마지막 전개는 충격적이고 스산하다. '나'가 했던 것이 무엇이었든 그것은 변명 혹은 해명이 필요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복도 끝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집을 설명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상대를 납득시키거나, 받아들이게 할 수 없을 것이다.
강화길 작가의 시선과 필력에 매혹되었다. 제목 때문에 관심이 일었던 [대불호텔의 유령]을 빨리 읽어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