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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평점 :

▣불장난-손보미 / 대상 수상작
◑ p.29
어머니의 거실 집 중앙에는 커다란 책상이 하나 있었다. 사실 나는 그게 식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그걸 언제나 책상이라고 불렀고,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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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들은 모두 화가 나있는 듯 보이지만 의연한 척 한다.
'나'의 엄마는 외도를 한 아빠에게 실망하고 절망하지만 의연한 척 이혼을 진행했을 것이고, '나'의 아빠는 외도가 사랑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일탈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빠와 결혼을 한 젊은 여자는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있었지만, 과연 그 선택이 자신의 젊은 날과 직장을 포기할 만큼이었을까 의구심이 들었을 것이다.
'나'는 우연히 쇼파 밑에서 발견한 아빠의 라이터를 가지고 옥상에 올라가 종이를 태운다. 종이는 짧게 불꽃이 일지만 곧 사그라든다. '나'는 의식을 치르듯 25층 맨션의 옥상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종이들을 한 장 , 한 장 태운다. '나' 의 일렬의 의식들은 들키지 않았지만, 옥상에는 '불장난'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 흔적으로 '나'는 모든 것이 발각되기를 원한다.
잔잔히 옥죄어 오는 탁한 공기가 사람을 더 힘겹게 한다. 조여오는 숨막힘과 곧 숨을 쉴 수 없게 될 거라는 두려움까지 합처져서 더 힘겹다.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든지, 집 밖으로 나가 버려야 한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예민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잡음이 팽팽하게 전달되었다. '손보미'작가의 장편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