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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ㅣ 트리플 11
윤치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러브 플랜트』
윤치규 ㅣ 자음과모음 ㅣ 트리플11
사랑은 누구나 어렵다. 타인과 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침은 부담스러움으로, 부족함은 서운함으로 연결되는 것이 사랑이며, 그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 사랑이기도 하다.
『러브 플랜트』 는 사랑에 대한 세 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을 통해 사랑은 참 예민하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감정은 상호교환적어야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일방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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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컷
희주와 사내 커플인 '나' 는 비혼식을 열겠다는 희주를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자신을 조롱하는 것으로 느껴지며, 비혼식이 희주의 특별한 시그널일거라 생각한다.
희주와 '나'는 말레이시아로 여행을 왔다. 말레이시아에는 도시 곳곳에 열대 나무가 많다. 희주는 계속 '나'에게 보이는 나무가 야자나무인지 팜나무인지 맞추라고 한다. '나'는 한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희주는 말레이시아 국기에 새겨진 달 모양 귀걸이를 하고 여행을 왔는데 '나'는 그 달이 '그믐달' 이라 우기고, 희주는 '초승달' 이라고 우긴다.
위태위태한 두 남녀의 균열은 회사 내에서 희주를 대상으로 발생한 성추행을 해결하는 과정 중 커진다. 희주는 정식으로 문제 삼아지길 바라지만 회사는 사과와 용서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 하지만 매번 희주는 정색을 한다. '나'는 처음엔 화를 내었지만 희주의 정색이 부담스러워진다.
'나'는 언제나 풍경을 중심으로 희주의 뒷모습을 사진 찍는다. 하지만 정작 희주가 바라보는 풍경은 바라보지 못한다. '나'가 성추행 사건 초기에 화를 냈던 것은 스스로 때문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희주는 '나'에게 온 힘을 다해 딴지를 거는 것이다. 비열하고 치졸하며 자기 생각만 해대는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에...
▣완벽한 밀 플랜
신혼여행을 온 남여...'나'와 현영. 현영은 여행 기간 내내 취해 있다. 그들은 계획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계획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현영은 그저 괜찮다고 하고 선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만큼 취해만 있는다. 하지만 '나'는 현영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억지로라도 마시지 못하게 말리는 것이 사랑일지,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것이 사랑일지 '나'는 혼란스럽다.
현영이 자신과 함께 라면 현실을 잊기 위해 먹는 술도, 자꾸만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도 괜찮아질 거라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현영이 말처럼 그건 '나'와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현영 자체의 문제였던 것이다. 여행지에서 누구나 다 보는 바다거북을 보지 못한 것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현영의 반복되는 자살시도는 아무 이유없이 바다거북을 공격하는 뿔 달린 물고기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누구가를 너무 사랑해서 하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 그냥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슬픈 사람인 것이다. 결국 그런 현영을 사랑해서 아픈 것도 '나'의 몫이다.
▣러브 플랜트
이혼 후 꽃집을 차린 백현준은 사랑을 완성하는 것은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식물은 물도 듬뿍 주고, 양지바른 곳을 찾아 햇볕을 쬐기도 해야 하는 세심한 정성도 필요하지만, 물이 지나치면 뿌리가 썩어 무성한 이파리 한 번 보지 못하고 만다. 사랑도 그렇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신뢰감과 사랑을 표시해 주는 것과 타이밍도 중요하고, 지나친 집착과 무관심은 상대를 멀어지게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백현준은 명확한 태도를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아내에게 자기 방식대로 결혼을 밀어부쳤다. 백현준이 결혼에 대한 결정을 할 때든 사귈 때든 언제나 유보적이고 불안해 하던 아내를 못 본 척 무시했던 것은 자신에 대한 자신감 과 오만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더니 이혼을 결정할 때도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었던 백현준은 이혼 과정 중 자신의 바닥을 보고 깨닫는다. 자신의 오만함과 과신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를....
나도 집에서 화분에 화초를 키운다. 난 식물이 자식과 같이 느껴진다. 자식도 적당한 관심과 사랑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뿌리가 건강해지지 못하고 힘을 잃는다. 인간들의 모든 관계가 그렇지 않을까 한다. 적당한 거리, 조용한 관심은 모든 관계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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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플랜트』 속 세 개의 단편은 서로 다른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앞서 두 개의 단편은 일인칭 시점으로, 작품의 제목인 마지막 단편은 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사랑은 어렵고 예민하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잘 가꾸면 나와 상대를 더 풍요롭게 하며 행복을 가져온다. 사랑을 할 때 '나'가 중심이 아니라 '우리'를 고려한다면 진행 중인 각자의 사랑을 좀 더 잘 가꿀 수 있을 것이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