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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비폭력 투쟁기
외즐렘 제키지 지음, 김수진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2월
평점 :
▣Start -p.128
저자 외즐렘 제키지는 쿠르드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터키 이민자 출신이며, 2007년 덴마크 의회에 입성한 최초의 소수 민족 여성 의원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소수 민족 여성 의원이 되면서 여기 저기에서 혐오 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는 자신에게 퍼부어지는 혐오를 무시하는 걸로 대응했다. 그러다 그들의 혐오와 위협이 자신 혼자만에게 가해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자녀와 가족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공포를 느끼게 된다.
공포로 그녀의 삶은 엉망이 되고, 그녀는 친구에게 위로 받기 위해 울분을 토한다. 그런데 친구는 위로는 커녕 그녀에게 가히 충격적인 말을 한다.
▶그 사람들이 너 같은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듯,
너도 지금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재단하고 있잖아.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p.17]
그녀는 깨닫는다. 자신의 행동과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도 인종차별적인 것이 존재하며, 자신을 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인종을 차별한다는 것은 소수의 인종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다수의 인종에 대한 소수의 인종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도 포함되는 것이다. 결국 자신과 다른 (인종, 종교,민족성, 섹슈얼리티, 젠더, 나이) 인구 집단에 대해 혐오적 편견을 지닌 사람을 모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깨달음은 그녀에게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야 함을 상기시키며, 대화를 위한 프로젝트 '커피 타임'을 만들게 된다.
'커피 타임'을 진행하며 그녀는 대화의 대상들이 사회의 분열과 불화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해 주로 의회, 지방정부, 학교, 이웃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무언가 해야 한다고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 자신의 몫을 해야만 민주주의는 잘 돌아가는 것인데....나의 변화에는 수동적이고, 타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이다 못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다는 것은 모순이다.
혐오는 되갚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저자 또한 덴마크인들이 가지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일반화하는 행동을 경험하고 나서 덴마크인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일반화해 버렸다고 한다. 다양성을 위한 배려를 특혜로 꼬집고, 상대의 문화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하고, 단 한번의 경험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버리는 것에서 혐오는 시작된다. 그것은 무슬림이 덴마크인들을 대할 때나, 덴마크인들이 무슬림을 대할 때나 모두 적용된다.
대중의 혐오와 분노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언론과 정치인들이 우리의 뒤에 조용히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때로는 우리의 화합보다는 우리의 분열이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될 수도 있다. 상대가 나에게 가지는 편견만큼 나도 상대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지, 상대가 나에게 무례한 만큼 나또한 상대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우리는 서로를 좀더 제대로 직시하게 될 것이다. 대척점에 있는 상대가 변화하길 바란다면 나의 편견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p.127)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