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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자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5
도러시 매카들 지음, 이나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초대받지 못한 자』
도러시 매카들 ㅣ 이나경-옮김 ㅣ 휴머니스트
개인적으로 좀비물 보다는 영혼을 주제로 하는 '오컬트 영화' 를 더 무서워 한다. 보여지는 실체는 없지만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것이 가져오는 공포는 온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20세기 소설 『초대받지 못한 자』 는 오컬트 영화에서 느꼈던 오싹한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아일랜드의 작가 '도러시 매카들'의 고딕소설 『초대 받지 못한 자』는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이다. 공포의 실체에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며 비밀를 밝혀나가는 구성은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또한 여성에게 가해지는 시대의 다양한 부조리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을 여지없이 깨며 전복시키는 설정은 통쾌함 마저 느끼게 해준다.
4월의 어느 날, 피츠제럴드 남매는 언덕 위에 그림처럼 세워진 아름다운 집 '클리프 엔드' 를 발견하고 매혹된다. 런던을 떠나고 싶어했던 남매는 부족한 재정 상태임에도 무리해서 집을 구매하고 수리를 시작한다. 남매는 그들이 집을 구매하기 오래 전 마지막으로 이 집에 거주했었던 가족이 도망치듯 집을 버리고 가버린 것에 대해 알게되고, 인근 주민들은 이유가 유령 때문이라 말한다. 남매에게 집을 팔았던 늙은 중령의 아름다웠던 딸과 그녀가 외국에 나갔다 데려왔다던 신비한 여인 카르멜에 대한 이야기는 남매에게 유령의 존재를 믿게 만들어 버린다. 늦은 밤 들리는 한숨소리, 매서운 얼굴의 망자에 대해 로더릭과 패멀라는 맞서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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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대로 보는 우리
'확증 편향'이란 용어가 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클리프 엔드' 에서 유령의 실체를 경험한 사람들은 서로다른 자신만의 유령을 이야기 한다. 또한 자신이 아는 정보만을 가지고 유령의 실체를 단정지어 버린다. 패멀라는 서글픈 한숨소리로 유령의 기운을 느꼈다면,가정부 리지에게는 무시무시한 눈빛을 가진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이 집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보냈던 스텔라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유령은 나타난다.
관계를 중요시하고 이타적인 패멀라는 서글픈 한숨을 쉬는 유령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까 걱정스럽고, 희곡을 쓰고 있는 로더릭은 저택을 떠나게 되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또한 스텔라는 자신의 인자하고 아름다웠던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했을지 궁금하다. 로더릭은 유령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 감정을 반영해 환상을 만들고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더릭이 생각한 것처럼 두려움이든, 욕망이든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결국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인다고 착각할 만큼 쇠약해지게 만든다. 그래서 내 앞에 닥친 문제를 직시하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내가 아는 정보들을 나열하고, 그 정보를 짜맞추며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나의 의문점이 잘못되었거나, 나의 정보가 잘못되었거나, 나의 끼워맞춤에 오류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땐 다르게 생각하고, 뒤집어 배치하거나, 정보에 의심을 가져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저택 '클리프 엔드' 를 포기하지 않은 패멀라처럼 말이다. 그녀가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바로 잡아 다행이다.
그녀가 문제를 해결함으로 사람들의 편협함에 의해 악녀로 비쳐진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지점에서 나도 편협함을 보인 1인이라 창피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정말 존재할까?
오빠 로더릭의 스텔라를 향한 감정은 점점 커지는 가운데, 그녀를 '클리프 엔드'에 머물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 좋은 결과를 야기한다는 판단에 그는 그녀를 만날 수 없다. 할아버지로 부터 필요 이상으로 스텔라가 간섭받고, 제약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패멀라 또한 스텔라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이들 남매와의 접촉을 금지하는 할아버지의 반대로 그녀를 만날 수 없다. 결국 '클리프 엔드'에 나타나는 유령의 존재를 사라지게 해야만 두 남매는 스텔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스텔라는 유령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며 구마의식을 반대한다.
심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대화를 시도하는 '교령회'와 심령을 어둠 속으로 몰아내어 사라지게 하는 '구마' 사이에서 남매는 고민한다. 스텔라는 어머니의 영혼을 몰아내는 '구마'를 반대하고, 로더릭은 그녀를 슬픔에 빠지게 하느니 집을 포기하겠다고 다짐한다. 교령회든, 구마든 유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두 개의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령'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정말 죽은 사람들의 영혼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일까? 어릴 적 보았던 '전설의 고향'을 통해 죽은 사람들 중 풀지 못한 억울함을 가진 사람들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우리 주변을 맴돈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죽은 사람, 원한, 억울함이란 단어랑 연결되며 심령의 존재는 오싹함을 느껴지게 한다. 도러시 매카들의 [초대받지 못한 자]도 그런 기운을 풍긴다.
과학이 발달하고, 신의 존재 혹은 증명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믿는 것이 과연 옳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심령에 대한 공포는 나를 장악하는 심리에 의해 뇌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이 진실인지를 떠나서 인정받지 못한 누군가의 사연에 움직여지는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면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애달픈 사연을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매듭이 풀어지는 순간 측은지심이 일었던 문제점이 해결되며 각자의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공포의 대상도 사라지는 것이다.
도리에 맞게 사는 것, 함께 살아가는 것, 타인을 해하여 이익을 얻으려하지 않는 것이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지 않게하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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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할 사람이란 없다. 초대하지 않는 것은 자기기만에 빠진 오만한 사람의 횡포이다. 그녀의 오만함은 죽어서까지 사람들을 뒤흔드는 악행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물은 아래로 흐르듯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지고, 제자리를 찾는다.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고 서글픈 누군가가 인정을 받는 결말이라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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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