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팍스 2 : 집으로 가는 길 ㅣ 팍스 2
사라 페니패커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월
평점 :
『팍스 2-집으로 가는 길』
사라 페니패커-지음 ㅣ 존 클라센-그림 ㅣ 아르테
피터와 팍스, 볼라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먹먹함과 반가움이 교차한다. 그들의 상처와 나름의 치유를 다루었던 [팍스] 이후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나올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만난 그들이 더 성장하고, 더 서로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모습이 벅차게 느껴졌다.
엄마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던 피터에게 슬픔을 견딜 힘을 준 여우 팍스. 하지만 팍스와 이별한 후 피터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함께 살아가길 바라는 볼라의 염려를 끝내 모른 척하며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팍스는 브리스틀과 가족을 만든다. 브리스틀은 여전히 사람들을 경계하고, 팍스는 전쟁 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 이 과정 중 브리스틀과 팍스의 새끼가 오염된 물에 중독된다.
.
.
엄마를 잃고, 팍스와 이별하고, 아버지마저 전쟁으로 잃게 되는 피터는 자신의 삶이 상실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 생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켜야 한다는 결심으로 볼라를 떠나게 한다.경직되어 있고, 긴장되어 있는 아이 피터의 머리 속에 '속죄' 라는 단어가 맴도는 것이 안타깝다. 그 모든 것이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도 슬픔의 크기가 아이를 잠식하여 상실의 이유를 자신이 야기한 불행이라고 아이는 단정지어 버린다. 그래서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을 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짧은 순간 너무나 많은 힘겨움이 연속적으로 강타하는 순간에 자신을 올바르게 다잡을 수 있기는 힘들다.
피터의 엄마는 어릴 적 피터에게 불 속에서 새롭게 끊임없이 부활하는 불사조 '피닉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며, 불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피닉스처럼 의식을 통해 자신이 더 강하게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 집으로 돌아와 부모를 기억하게 하는 옛 물건들을 뜰에 가지고 나와 태우는 부분에서 아이의 슬픔이 얼마나 아이를 힘들게 했는지 느껴졌다. 강하게 태어나 더 이상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게 홀로, 하지만 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의식을 치르는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에게 닥친 다양한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자책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힘겨움을 피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소년의 슬픔은 그의 작은 여우 팍스의 숙제로 진정된다. 세상의 모든 불행이 특별한 이유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상실을 치유하는 방법은 고립이 아닌 또다른 관계임을 아이는 깨닫게 된다. 깨달음에 아이가 한 발 내딛는 순간에 언제나 아이를 조용히 지켜본 사람들은 작은 포옹으로도 피터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었다.
.
.
피터에게 있어 여우 팍스가 있어 다행이다. 물론 팍스에게 있어 소년 피터가 있어서도 다행이다. 피터에 대한 팍스의 신뢰가 슬픔에 빠진 피터를 다잡게 해주었으며, 팍스에 대한 피터의 사랑이 병든 호수에 대한 책임감을 불러일으키게 해주었던 것이다. 그들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책임과 위안을 받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