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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내러티브 - 더 이상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하마모토 다카시 지음, 박정연 옮김, 이정민 감수 / 효형출판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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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내러티브』
더 이상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하마모토 다카시ㅣ박정연-옮김 ㅣ 이정민-감수 ㅣ 효형출판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알면 겉에 보여지는 단순한 모습 안에 숨겨진 복잡한 의미들을 파악하거나, 더 잘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 『신데렐라 내러티브』 가 추구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알고보니 다양한 의미를 통해 깊은 해석이 가능한 각 나라의 같은 듯 서로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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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비슷한 서사일까?
착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사악하고 잔인한 악인으로 부터 핍박을 받지만, 권력을 지닌 수려한 용모의 왕자를 만나고, 그의 테스트에 합격하여 결혼에 이르며 행복한 삶을 살게된다는 '신데렐라'의 서사 구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비슷하다. 대륙이 다르고, 언어가 판이하게 달랐을 터인데 어떻게 그렇게나 비슷한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또한 미묘하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을 통해 나라별 관습과 가치관이 이야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비슷한 이야기가 세계 각지로 전파된 이유를 크게 두 가지 가설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인류의 인체, 사고방식이나 발상은 거기서 거기고, 의식주라는 기본 생활이 같으므로 유사한 이야기가 다원적으로 발생하고 전승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하나의 신데렐라 서사의 뿌리가 되는 원형이 존재하고 그것이 고대로부터 인류가 계속 이동하면서 차츰 변화하며 세계 각지의 여러 민족 사이로 널리 퍼질 수 있었다는 가설이다. (p.8)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에 근거하여 본다면 두 번째 가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것처럼 입에서 입으로 퍼지다가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자신의 지역과 그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습에 맞게 각색을 하다보니 여러 버전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원리가 아닐까 싶다. 이런 다양한 신데렐라 이야기가 존재했건만 강력한 미디어와 자본의 힘에 의해 형성된 '디즈니버전' 의 신데렐라만이 우리에게 크게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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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재투성이' 일까?
'신데렐라'라는 특이한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이 이름은 '잿더미를 뒤집어쓴 채 허드렛일'을 하는 아이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고 한다.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이야기는 고대 이집트이 [로도피스의 신발] 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신데렐라인 로도피스는 일반적 신데렐라 서사처럼 역경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외모로 왕을 사로잡아 결혼을 이룬다. 하지만 그녀는 순진하고 순수한 아가씨와는 거리가 멀게 부자들을 상대로 매춘을 했던 아가씨로 설정되어 있다. 이 이야기가 원형이 되어 여러 대륙으로 퍼졌다는 것을 가정한다면 그녀의 이름은 그녀를 조롱하는 모욕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숯'의 가루이다. 숯은 오염을 제거하고, 정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결국 여러 각도에서 불결하다고 생각되는 신데렐라를 정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정화가 '왕자'라는 남성에 의해 이루어지며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임으로 완성된다는 것이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불편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노동력의 확보가 중요했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지금의 시선으로 과거의 상황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재단하는 것도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과거의 잘못된 부분이 현재까지도 유지되어 있다면 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여성들의 행복의 조건이 다양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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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내러티브』 를 통해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름다운 외모와 착한 마음씨로 신분을 상승하여 행복하게 여생을 살았던 여성의 이야기로만 해석한다면 그 속에 숨겨진 여성에 대한 다양한 차별을 보지못하는 무지를 범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여지는 것만 보고, 한 가지로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지 깨닫는다. 사물을 바라볼 때 여러 각도에서, 혹은 삐뚤어진 시선으로도 바라보아야겠다. 그러려면 다양한 지식이 필요함을 새삼 다시 느낀다. 그래서 언제나 지식창고인 책을 펼쳐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