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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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ㅣ 열린책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tvN 프로그램 중 [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연예계에서 머리 좀 쓴다는 다양한 패널들이 출연해 여러 분야의 창의적 문제를 푸는 프로그램이었다그들이 한 가지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여러 분야의 지식을 접목하여 제시된 문제들를 척척 풀어내는 과정을 보며 신기하고 재미있다 느꼈다그런 느낌을 이 책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 에서 다시 느낄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책의 저자인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석영중 교수의 광범위한 지식과 융합적 사고를 이 책을 통해 느끼며 교수님이말로 진정한 뇌색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열린연단에서 석영중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러시아 문학의 대표적인 학자로 알고 있다.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는 석영중 교수가 연구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논문을 다시 정리하여 펼쳐낸 책이다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바라본 것들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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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교수는 [지하로 부터의 수기를 '리벳 자유의지 실험과 연결하여 해석하며대문호 도스토옙스키를 시대를 앞선 예언자로 표현하기도 한다과학적 사실로만 인간이 행하는 일들을 바라보기에는 인간은 너무 복잡하고우리는 혼자 저 깊은 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므로 과학주의를 반대한다(p.45)는 도스토옙스키의 생각에 동의한다.

 

도스토옙스키는 불온문서를 운반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극적으로 사형이 취소되며 수용소로 보내졌다수용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바탕으로 [죽음의 집의 기록을 쓴다벌을 받기 위해 보내지는 장소에서 누군가에게는 허비되는 시간을 사색하며 보낸 그는 자신의 사색을 출소 후 글로 엮어낸다감옥 안에서 죄수들이 행하는 도박돈을 취하는 행동은 제한된 공간에서 어떻게든 자유로 나아가기 위한 인간의 발버둥을 표현한 것이라고 석영중 교수는 해석한다그리고 최종적으로 연극을 통한 창작 활동이 가장 자유를 느낄 수 있는 행위임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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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이외에도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저술에서 그가 지속적으로 강생에 대한 관심과 믿음을 보였음을 찾아볼 수 있다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문장들을 제시 (p.115)하며 이를 설명한다. '강생'은 나에겐 생소한 단어이다사전적 뜻으로 강생은 신이 인간으로 태어남을 뜻한다도스토옙스키는 작품들을 통해 예수가 인간이냐 신이냐는 논쟁에 대한 그의 생각을 펼치고 있다.

 

'이콘'은 종교·신화 등의 관념체계를 바탕으로 특정한 의의를 지니고 제작된 미술양식 혹은 작품을 말한다. [백치]에는 이콘을 두고 인물들의 대화가 오간다특히나 홀바인의 [무덤 속의 그리스도]에 대한 인물들의 견해는 인물들이 서로 다른 예수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검색해서 본 홀바인의 그림 속 그리스도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하지만 [백치]에서 표현된 도스토옙스키의 생각을 해석한 석영중 교수의 글을 통해 그림 너머의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스토옙스키는 신을 형상화하는데 집중했으며 인간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백치]에서는 미시킨이 인간의 모습을 한 그리스도임을 알 수 있다.(p.163) 작품 속에서 계속 언급되는 홀바인이 그린 그리스도가 고통을 느끼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도 신이 인간적인 고통을 경험한 것을 표현한 것이며 시각적인 모습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바라보기를 정보 처리와 감각의 상호 관계로 보는데 특정 대상을 보기만 하는 하향식이 아닌 지식을 향해 통찰하는 상향식 바라보기가 필요함을(p.172) 도스토옙스키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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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교수는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역사와 종교,예술물리학신경 신학과 융합하여 대문호의 작품을 '깊이 있게해석한다.

 

프랑스의 역사가 르낭이 1863년에 발표한 [예수의 생애]에서 르낭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생을 후대인이 지어낸 전설로 치부하고도스토옙스키는 르낭의 이러한 시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르낭은 나약한 인간이 기적을 만들어 그것에 의지하며 힘을 얻음으로그것에 매료된다 믿었다하지만 도스토옙스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우리는 믿을 수 있으므로존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믿음과 불신이 사실과 환상를 구별하는 척도가 된다고(p.285) 말한 대문호의 깊은 사유를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내 방식으로의 해석은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사실이니 눈 앞의 현상만을 믿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 것이 아닐까 싶다.

 

20세기 인류 역사의 향방을 결정지은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대문호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완전히 매료된 것을 (p.290) 석영중 교수는 두 천재가 문학을 매개로 교류한 것으로 해석한다아인슈타인의 이론들이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영향으로 발상이 시작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런 가설을 가지고 두 천재의 시각과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21세기의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저자는 본다방대한 지식의 콜라보가 아름답다.

 

신학이란 신을 연구하는 학문이고신경 신학이란 신의 부재를 전제로 하는 학문이다저자는 신경 신학이란 학문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신경학적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모순이라 말한다과학이 발전하여 우리의 모든 것을 과학적 시선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문학과 종교가 이루어낸 도덕적 역사를 과학의 잣대로 깡그리 정의 내리는 것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이는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우리의 다양한 정서와 함의가 더 가치 있다고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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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교수의 박식함과 융합적인 열린 사고에 감탄한다도스토옙스키을 이렇게 다양한 학문들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바라보았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또한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앞선 지식에도 감탄한다지금의 지식에 머문 것이 아닌 미래지향적 시선으로 앞으로의 지식과 학문까지도 통찰하는 작품들을 남겼다는 것을 저자의 해석에서 알 수 있었다나에게는 다소 높은 벽이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높인 석영중 교수의 문장들을 통해 나의 지식도 좀더 깊어지고 확대되었길 바란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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