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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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이며노벨문학상에 빛나는 '토마스 만'. 그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그의 첫 작품으로 토니오 크뢰거를 접한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그의 여타 작품들과 비교해서 대체적으로 용이한 작품이라 평가받기 때문이다나에겐 절대 쉽거나 편하게 읽히지 않았지만 말이다토니오 크뢰거는 토마스 만의 자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그래서인지 작품을 통해 작가가 '자신'과 '예술'에 대해 끝없이 고뇌하고 성찰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소심하고 여린 소년 토니오가 선망하고 사랑하는 친구 '한스 한센'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대목으로 시작한다소년은 두 금발의 남녀를 사랑한다남부의 보헤미안적 기질을 지닌 자신과 달리 북부의 하얀 피부를 지닌 두 친구들이 자신이 심취해있는 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통의 대상은 아니지만 그는 그들의 귀족적 취향을 동경한다크뢰거 집안의 몰락으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남부의 피를 가진 어머니가 새로운 결혼으로 떠나자 크뢰거도 고향을 떠나게 된다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예술과 시민 사이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옛 고향과 옛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북쪽으로 향하고 다시 마주친 친구들의 모습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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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5

예술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는 반면지상에서 건전하고 순진무구한 사람들의 영역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우리는 그중에 아직 남아 있는 영역을 아주 주도면밀하게 보존해야 합니다스냅 사진이 실린 승마 교본을 읽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들을 시의 세계로 유혹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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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으로 이미 명성과 부를 가졌던 '토마스 만'이 두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 토니오 크뢰거』 라니 놀랍다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성취한 것들에 흠뻑 취해 있을 터인데 그는 예술과 대중 사이에서 오는 괴리에 대해 깊은 사유를 했던 것이다.

 

토니오 크뢰거는 언제나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인물이다시를 사랑하지만 경마교본을 좋아하는 한스 한센을 사랑하고북부 유럽의 아버지와 남부 유럽의 어머니의 사이에서 태어남으로 인해 안정과 충동 사이를 넘나들고예술과 시민의 가치를 알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던 '토니오'는 '토마스 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자신의 예술은 자신에게서 나오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하며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자신 주변 글쟁이들은 지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벙어리가 되고 만 유령들(p.64)이라고 토니어는 말한다이는 자신의 세계에 빠져서 주변의 생동하는 것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느끼지도 못하는 것은 진정한 예술가가 아니라는 그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또한 세계가 전혀 다른 시민들을 억지로 예술과 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은 오히려 시민의 천진한 순수함을 잃는 것이니 의미없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토니오가 다다른 결론은 두 세계 사이의 의미를 잘 알고두 세계 모두에 속해 있으며두 세계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는 자신이 유연하게 두 세계를 넘나들겠다는 것이다어찌보면 비겁한 타협처럼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한쪽에 치우쳐 다른 한쪽을 경멸하는 모습보다는 올바르게 보인다.

 

토마스 만의 깊은 사유를 내가 온전히 이해한 것은 아닐 것이다어렵고 난해했다하지만 다시 읽으며 그의 문장을 다시 이해하고 싶어졌다어려운 말들을 흩뿌리며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고장벽을 견고히 하며 학문은 일부 도달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적이라 토니오 크뢰거의 고뇌가 사랑스럽다대중을 '사랑스럽고 평범한 사람들'(p.126)이라고 말하는 토마스 만의 또다른 작품들도 도전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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