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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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여적여라는 말은 여성들의 관계에 대해 보편적으로 떠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여적여'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이 말은 여성을 시기와 질투의 감정만 가지고 있는 존재로 한정 짓는다또한 나의 이익을 위해선 상대 여성을 싸워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말 자제에도 모순이 있다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은 남자는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럼 남자는 포섭해야 할 대상복종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일까여자들의 관계가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함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답다고 저자 권김현영은 여자들의 사회』 를 통해 말하고 있다구구절절 그녀의 문장들에 밑줄을 긋는다.

 

저자는 관계에 대해 말하며 상대에게 푹 빠져 집중하고베푸는 것이 진정한 관계는 아니라고 말한다상대방과 건강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하기 위해선 온전히 자신의 자리가 확보되어야 하며, '나를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이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고로 애정은 '거리'가 중요하다결국은 관계의 삐걱거림에 대해 타인을 탓하기 보다는 나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좋아한다는 감정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베풀기만 하면 관계의 균형을 잃어 부담과 서운함을 야기시킨다그래서 '거리'는 중요하다너무 가까워 움직일 수 없게 만들지도너무 멀어 닿지 않게 만들지도 않게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몽고메리 여사의 [빨간 머리 앤]에서 서로 너무도 달랐던 빨간 머리의 앤과 검은 머리의 다이애나가 특별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향하지만 속해있지 않고존중하지만 욕망하지는 않기 때문이였다고 저자는 해석한다.(p.33) 그들의 관계도 적정한 '거리'를 잘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우정도 사랑만큼 우리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관계이므로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의 문화를 구성하는 책영화드라마예능 등에서 생산되는 여성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리하고 통찰적이다특히나 예능 프로그램 <미쓰백>에 대한 시선이 나를 일깨웠다그냥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데다 출연자들도 한물간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었다식상하고흥미도 유발시키지 않아 채널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하지만 나와 다르게 저자는 다른 걸 보았다감정을 감시받고통제 받으며 철저히 상품화 되었던 그녀들의 아픔은 물론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를 본 것이다.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세라는 자신의 의지자신의 동의 없이 착용해야 했던 '가터벨트때문에 자신의 모습을 싫어했다또한 19금 콘셉트로 큰 화제를 모았던 걸 그룹 스텔라의 가영은 팀의 콘셉을 그녀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온라인상으로 다양한 성범죄를 저지르는 무개념 남성들 때문에 자신의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자신이 동의하지도결정하지도 않은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상처받고 힘겨웠을 그녀들은 잘 팔리기 위한 상품이었던 것이다.

 

두 명의 상처 받은 아이돌의 힘겨운 상황만 비판하는 것으로만 문장이 끝나지 않아 다행이었다저자는 또다른 출연자 나다를 언급한다나다는 자신의 매끈한 몸을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이는 앞서 이야기된 두 아이돌과 비교하여 '노출이라는 키워드의 대상이냐주체이냐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생각이 달라짐을 보여준다내가 선택하지 않고 행해지는 것은 강요이며내가 선택해서 행하는 것은 자기의지이다이는 표면적으로 동일한 상황처럼 보일테지만 너무도 다른 상황인 것이다저자의 바람처럼 세라와 가영이 잘 버티고자신의 힘을 키워자유로워지길 함께 바래본다.

 

저자의 말처럼 남자들이 판을 깔고룰을 만드는 사회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여성에 대한 이미지에 빠져서 우리가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아야한다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듯 여성들의 관계도 다양하고 서로 다르다하나의 이름으로 단정지어 지는 것에 대해서또한 부정적이고 가볍게 취급받는 것에 대해서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다시 한번 사회 속 여성의 이미지와 자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의미있는 읽기였다.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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