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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에 표현된 저자 정소연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문장들도 멋지다. 그녀의 시선과 겹쳐지는 부분이 나에게도 많지만 그녀처럼 행동하지도 못했고, 나의 시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몰랐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정소연은 변호사이며, 작가이고, 여성인권과 차별금지법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엔 그런 그녀의 소신이 가득 담겨있다.
'신념'은 굳게 믿는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개개인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를 굳게 믿기 위해선 깊은 생각과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각자가 자신의 깊은 생각과 경험으로 얻은 신념은 그래서 존중받아야 한다. 종종 잘못된 신념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는 누군가가 있더라도 무턱대고 입 닫아버리고 무시하기 보단 대화를 나누는 자세도 필요하다. 저자 정소연은 '신념을 홀대하는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주로 이 사회가 홀대하는 신념은 여성, 성소수자, 난민, 비정규직 노동자, 서비스 종사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거대한 사회 구조 안에서 약자로 불리기도 한다. 약자들이 불공평함을 느끼는 사회가 생기는 것은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지 못한 교육이 문제고, 비윤리적 인간을 계도하지 않은 제도의 문제이며, 침묵을 개인의 생존 전략으로 만든 사회의 문제(P.111)라고 지적하는 저자의 의견에 완전 공감한다. 또한 억지스럽게 누군가의 신념은 특별히 존중받고, 주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제가한 부분도 함께 공감한다.
저자 정소연은 여성의 연대와 여성의 기회에 대해서도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기 위해선 비장한 각오와 함께 들어주지 않고, 무시해도 끝없이 말하고 또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p.136) 남성 중심의 제도들이 다양성을 무시하고, 여성을 수단과 장식품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아직도 여전함을 개탄하며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몸에 익히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어떤 행동은 몸에 배어버려서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외부의 제재가 없으면 고쳐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한국사회는 오래도록 유교적 사상이 자리잡아 나이 순서와 남자가 항상 인권보다 중요시 취급되었기에 '차별'이라 인식하지 못하고 행해지는 차별들도 존재한다. 의도적인 혐오를 행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벌하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은 필요하고, 잘 모르고 행하는 사람들을 일깨우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글쓰기와 번역은 물론 변호사 업무도 병행하고 있는 정소연은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마지막 챕터에서 세상을 다양하고 진취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작품들도 추천하고 있다. 대부분이 SF장르이며, 저자가 번역한 작품들도 다수이다. 특히나 최근 읽었던 작품 [어둠의 속도]를 저자가 번역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고 반갑기도 했다. SF라는 장르의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마지막 챕터에서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우리가 직시하고 개선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 챕터에서 제안했던 다수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그러면서 나의 신념을 다시 다잡고,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가인지 찾아 보고 싶다. 저자의 친필 사인처럼 '무언가'를 하는 '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누군가가 하고 있을 '무언가'를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나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무언가'를 시간 낭비라고 말하지 않는 자세부터 가져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