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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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이라는 단어는 냄새와 소리가 느껴진다피비린내와 썩은 내울부짖음이 연상되는 단어이다또한 깊고 깊은 ''이 서린 단어가 되기도 할 것이다무지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행해지는 거대 집단의 폭력이기 때문이다이성아 작가의 밤이여 오라는 제주4.3을 중심으로 발칸반도에서 발생했던 국가폭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읽는 내내 스산한 어둠을 느꼈다.

 

 

2015년 가을독일어 번역가 변이숙은 자신이 번역한 작품의 저자마르코의 초대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향한다마르코는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였고 이미 둘은 이전에 포럼에서 인사를 나눈 사이였다. 20년 만에 다시 찾은 유럽변이숙은 어린 날 독일에서 짧은 유학생활을 보냈었다한국에서의 삶이 힘겨웠기에 유학생활 이후에도 그곳에서 정착하려는 생각을 가졌던 그녀의 계획은 의도하지 않게 변경된다다시 찾은 유럽의 발칸에서 이숙은 자신의 아픔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지난 날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땅을 대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숙의 아버지는 빨치산이라는 이유로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고이숙의 오빠는 빨갱이 자식이라는 이유로 멸시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독일에서 함께 생활하다 한국에 잠시 다녀오겠다더니 오지 않는 연인 기표를 만나기 위해 이숙은 귀국했다 안기부에 끌려가고이숙의 어머니는 딸의 체포 이후 바다로 뛰어든다비셰그라드에서 그녀에게 도시를 소개 시켜주겠다고 했던 톰은 인종 청소를 행했던 세르비아군에 의한 강간으로 태어난 청년이고내전 중 가해자 진영이었던 세르이바인 부모의 딸 나쟈와 피해자 진영이었던 크로아티아인 부모를 가진 마르코는 연인이다.

 

 

나쟈는 자신의 조상들이 행한 학살에 대해 마르코에게 사과하려 하고마르코는 나쟈의 언급이 둘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여 회피하려고만 하다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다두 연인의 지나간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내가 행한 행동은 아니지만 자신의 앞 세대의 과오를 사과하고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려는 나쟈의 태도와 그런 상대를 삐뚤어지게 받아들이지 않고 진심을 바라보는 마르코의 태도로 두 연인의 사랑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역사 속에서 자행되었던 국가권력이 행한 폭력의 피해가 세대를 거쳐 반복되며 모두에게 증오와 아픔을 재생산하고 있다작가 서이숙은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을 넘어 남겨진 사람들과 후세대들이 과거의 학살을 어떻게 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에게도 고민하길 바란다저자는 아픔을 고스란히 참아내는 것도도망가는 것도무조건 미워하고 망가지는 것도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올바르게 잘잘못을 따지고진정성 있는 사과가 진행되어야하며충분한 보상도 함께여야한다또한 작가는 아픔에 매몰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변이숙의 마지막 결정을 통해 말하고 있다.

 

상처 받지 않은 이들의 공감은 추측일 뿐이다하지만 그래도 공감의 힘은 크다공감의 힘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그들에게 이름 지어진 다양한 역사 속 수식어를 올바른 규명으로 떼어 내는 것이다또한 폭력을 자행했던 권력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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