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크고 작은 '징크스'는 가지고 있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징크스를 어겼기 때문에 악운이 따르는 것인지, 악운이 생겨서 징크스가 생겨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각자의 징크스가 무엇이든간에 징크스를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닥칠 불행을 막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이다.

 

'이상하다'의 기준은 무얼까 생각한다. 기준이 있어야 가능한 표현이다. 그 기준이 때로는 수로 결정되거나, 때로는 가지고 있는 힘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수이거나, 힘이 없음으로 '이상함'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양성과 독특한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이상함'은 창의성과 연관지어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책 속에서 이상함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이 책의 제목처럼 '얼마나 이상하든' 그 이상함이 스스로를 위로해 준다며 충분히 이상해도 괜찮은 것이다.

 

'불면증'이라는 이름을 가진 편의점에서 시간제 알바를 하는 해바라기 할 때 '해' 자를 쓰는 '정해진'은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하는 행동들이 있다. 길을 걸을 땐 맨홀을 밟지 않으려 노력하고, 외출하기 전에는 큰 곰인형에게 뽀뽀를 해야하고, 목조계단 가장자리를 밟고 오르내리며, 세수할 때는 양치질을 먼저하고, 세수 비누 거품을 씻어 낼 땐 꼭 열아홉 번만 물을 끼얹어야 한다. 해진이 주변엔 그녀만큼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 투성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편의점 사장, 공항에만 가면 공황 발작을 일으켜 7년째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영국 남자 마크, 집안을 온통 시계로 가득채워 똑딱이는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극작가 백수진, 111번 우체통 철거를 막기위해 열심히 편지를 써내는 초등학생 다름. 이들의 불안과 강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작품 속 등장하는 다양한 강박과 불안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특별히 안쓰럽거나 괴상해 보이진 않았다. 그건 잘 살아가려는 그들의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박과 불안을 극도로 괴로워하거나 힘겨워 하기 보단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지켜내어 안정감을 찾으려고 하는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생동감 넘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해진은 봄날의 여행 중 일행을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은 인물이다. 그 사고는 말그대로 사고였지만, 사고로 인한 상실은 자신을 자책하게 하기도 한다. 그날 비가 왔다면 좋았을 걸, 그날 내가 친구랑 실랑이를 벌이지 않았다면, 그날 그 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았다면....다양한 만약을 나열하며 그 모든 것이 만나지 않았다면 그 시점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사고 후 만들어진 그녀의 강박들은 어찌보면 또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그녀가 행하는 매일의 기도일 수도 있다. 자신만의 기도로 스스로 안정을 느낀다면 그녀가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그녀의 이상함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그들이 행하는 강박의 이면에는 그리움, 미안함, 애정이 존재한다.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라 힘겨운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박보다 그 강박을 바라보는 또다른 사람들 때문에 힘겨울 수 있다. 그냥 냅두자. 그들이 그것에 매몰되어 헉헉거리지 않는 한 괜찮은 것이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제각각의 삶과 제각각의 아픔을 지닌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데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모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마음의 병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언제나 전문가의 상담과 안정제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얼마나 이상하든』을 읽으며 그것이 또다른 폭력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자신의 아픔을 '일반적'인 방법으로만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아픔에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고, 이겨내려는 의지만 가졌다면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 상처에 무뎌지느냐는 가만히 지켜보며 지지해 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김희진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나에겐 김희진 작가의 작품 중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다. 문장이 감각적이며, 가독성도 좋다. 작가의 또다른 작품들 또한 이별로 인한 상실과 겹핍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또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작가의 따뜻한 우울함이 다양하게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갖게 해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