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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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34~275

 

●p.181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본, 나뭇등걸에 붙어 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에다 구멍을 둟고 나올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몸을 굽혀 입김으로 데워 주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오는 과정은 참을성 있게 이루어져야 했고, 날개를 펴는 과정은 햇빛을 받으며 서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온통 구겨진 채 집을 나서게 가요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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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필요한 만큼 그들의 속도에 맞게 채워져야 한다. 상대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에 상대를  맞추다 보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카잔차키스의 문장으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의 속도. 부모로써 자녀에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실수이며, 자만한 자들이 행하는 오만이기도 하다.

크레타 섬에서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나'와 조르바. 서로 다른 방식의 깨우침은 서로에게 조금씩 영향을 준다. '나'는 조르바의 원초적 감정을 배워나가고, 조르바는 '나'에게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에 대해 질문한다. 육감적 과부에게 본능적으로 끌리지만 외면하는 '나'에게 조르바는 채근하고, 잠시도 휴무가 없는 마초성을 내뿜는 조르바에게 '나'는 오르탕스 부인과의 결혼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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