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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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본다. 실행한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소년은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죄라고 이름지으며 죄를 목걸이처럼 걸고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소년은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햇살처럼 눈부신 자신의 사랑이 아파하는 것을 보며 또다시 소녀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길 바란다. 소년의 길고 긴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루이지애나주의 배턴루지의 여름은 들끊는 모기 때문에 밤늦은 시간 바깥에 있는 것은 곤혹이다. 1989년 여름, 모기가 들끊는 시간에 고등학교 육상부의 유망주이며 소년의 짝사랑 상대였던 린디 심프슨이 '강간'을 당한다. 동네의 남성들 몇몇이 용의선상에 오르지만 경찰의 조사는 조용히 종결되며 소년과 소녀의 아픔은 오래도록 남는다.

 

미숙한 청춘들은 가끔 타인의 아픔을 팔아 주목받기도 한다. 소년은 린디를 다독이고 싶었다. 소년은 린디가 자신을 쳐다봐주길 바랄만큼 짝사랑 했었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린디 이야기에 끼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소년의 말은 즉시 효과를 발휘했고 린디는 하루만에 아이들 앞에서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아졌다. 그리고 1년 동안 소년과 린디는 말을 섞지 않게 된다. 소년은 린디가 망가지는 모습과 망가지는 린디의 모습에 얼이 빠져버리는 린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겹다. 린디의 음주, 린디의 짙은 화장, 린디의 문란함, 린디의 약물, 린디의 자기혐오, 린디의 흉터가 모두 자신이 행한 행동 때문이라 느끼며 죄책감에 빠진다. 폭력의 상처는 전염된다. 상처받은 사람의 반경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힘겹다. 그렇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상처받기 전을 아쉬워 하며 서로에게 상처주기 보단 앞으로 나아갈 힘을 끌어내야 한다. 상처를 지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처를 가지고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소녀와 반경 안의 사람들이 그 시간, 그 곳에 있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면 안된다. 죄책감은 그녀에게 '강간'이라는 상처를 준 사람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소년은 나무 위에 있었고, 나무 밑에 누군가 있었지만 보려고 멈추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다. 또다시 나무 위에서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린디의 자전거 소리를 듣고 괜찮은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곤 겁이나 그러지 않기로 했던 자신에 대해 자책한다. 린디의 반경에 있던 이웃들이 모두들 조금씩 자신이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소년만큼 힘겨워하고 자책했다면 그렇게 오래도록 린디가 고통스러워하진 않았을 것도 같다. 상처는 받았지만 상처가 곪아터지도록 부채질 한 것은 어쩌면 배턴루지의 소심하고 조용한 이웃들일 것이다. 그것을 소년의 입을 통해 작가는 범죄라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하지않는 것도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여성들에게 발생하는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게 상처를 다루어야 한다. 또한 모두가 연대하여 가해자를 벌 주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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