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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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세기 작가이자 SF 분야의 선구자인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은 [우주 전쟁]으로 접한 경험이 있다. 달도 가보지 못했던 인류가 화성인의 침공과 화성의 생명체를 상상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안겨주었던 작품이었다. 작가의 작품 목록을 살펴보고 더 큰 놀라움과 그의 또다른 작품들도 꼭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열린책들 창립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를 통해 [타임머신]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타임머신]은 웰스의 첫 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타임머신'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며 '시간 여행'이라는 개념이 대중화되었다. 게다가 SF적 재미 이외에 사회주의자로서의 웰스의 사상을 드러내며 자산 계급과 무산 계급의 분리가 유지되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공간은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나, 시간 속에서는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것을 '시간 여행자'는 반박한다. 그는 시간은 네 번째 차원이며, 시간 속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계 타임머신을 통해 자신이 80만 년 후의 미래를 다녀왔다고 말한다. 그가 경험한 미래는 지상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옐로이라는 인류와 지하 공간에서 살아가는 몰록이라는 인류로 분류되어 있으며 두 집단 모두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이해가 어려운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시간 여행자는 다시 자신의 시간으로 돌아왔음으로 시간여행을 증명하며,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개의치 않고 또다른 시간을 여행하기 위해 기계에 오른다.

시간 여행자는 80만 년 후의 인류 옐로이가 비정상적으로 호기심이 없으며,(p.58) 모두가 털이 없는 매끄러운 얼굴, 통통한 팔다리를 가짐으로 남녀의 구별이 모호해졌음을 알아차린다.(p.60) 이는 편안하고 안전한 삶이 육체적 힘을 불필요하게 만들어 가족 제도, 직업의 분화가 사라지며 생긴 현상이라고 시간 여행자는 추측한다. 편안한 안락함이 결국은 인간을 특징없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배출구가 없는 정력을 감당하지 못한 힘세고 강한 옐로이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욕구와 힘을 감소시킴으로 새로운 환경 조건에 조화를 이루며 나약해짐과 동시에 목적의식과 진취의식마저 잃어버린다.다름은 삶의 활력 혹은 경쟁심을 불러일으킨다. 건강한 경쟁은 서로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달라서 특별하다고 말한다. 모두가 똑같은 개성 없는 사회는 안전하기보다는 지루하고 따분하여 기력을 상실하게 만들며, 모두를 무기력으로 몰아넣어 버릴 수 있다. 다름과 개성은 인류에게 필요하다.

지하 세계의 몰록들에게 타임머신을 강탈 당하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고구분투하는 시간 여행자는 자신이 애써 만든 기계가 자신을 절망적인 덫에 빠트리는 아이러니를 깨닫는다. 그의 아이러니는 옐로이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지상은 혜택받는 귀족 계급의 공간인데 지상을 차지하는 이들이 안락함을 넘어 스스로 퇴화가 되며 연약해지자 지하에 박혀 억압받던 몰록들은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옐로이들을 잡아먹는 식인종이 되어버린다.(p.120) 하지만 몰록들의 먹이가 된 자신들의 처지를 인지 할 지성이 없는 옐로이들은 고통마저 느끼지 못하며 밝은 곳에서 천진난만하게 살아간다. 변화가 없고 변화할 필요도 없는 곳에는 어떤 지성도 존재하지 않으며, 더없이 다양한 필요성과 위험에 직면해야 하는 동물만이 지성을 가질 수 있다며(p.147) 지나친 편안함은 결국 인간을 자멸하게 만들 수 있음을 작가는 옐로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SF라는 장르는 상상의 세계 속에 현재의 모순을 적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우리를 긴장하게 만든다. 허버트 조지 웰스도 [타임머신]을 통해 지나치게 양극화된 계급 사회가 가져올 다양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치우침 없는 '균형'이 어렵지만 항상 필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이야기의 재미는 물론 사회의 모순도 지적해주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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