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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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캐릭터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세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9세기 추리 소설은 나에게는 살짝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의 모티브를 따는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애드거 앨런 포' 의 작품들이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로웠다. 그건 아마도 아서 코난 도일의 텍스트를 읽기 전 미리 보아버린 드라마 시리즈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한다. BBC가 제작하고, 배네디트 컴버비치가 분한 셜록의 화려함에 익숙해져서 텍스트로 만난 셜록의 추리가 뻔해 보였다.

 

셜록 홈즈에게 그녀는 항상 <그 여자>였다. 단편 [보헤미아 스캔들]에 등장하는 첫 문장이다. 셜록의 시작을 알리는 문장이기도 하다. 이 단편이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첫 번째 단편이기 때문이다. [보헤미아 스캔들]은 남성위주 사고관을 가진 셜록에게 여성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깨주게 한 인물이 등장한다. 홈즈는 연애 감정을 혐오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고 여인들이 보이는 부드러운 정서를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비웃거나 조롱하였다. 하지만 아일린 애들러는 예외였다. 아일린 애들러는 전 연인이었던 보헤미아 대공의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지혜롭게 지켜내며 결단력을 보인다. 이에 홈즈는 감탄하며 그녀를 인정하고, 사건을 종결한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시리즈의 첫 주인공을 여성으로 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여성을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탄생시킨 셜록만큼 논리적이고 냉정하며 뛰어난 두뇌와 결단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작품이 발표된 1891년 영국의 여성들에게는 참정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이 작품이 발표되고 37년이 지난 1928년에야 영국은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부여해 준다. 여성에게 평등하지 않았던 시대임에도 자신의 작품에서 구현한 첫 번째 여성 아일린 애들러를 자신감있고 주도적으로 표현한 아서 코난 도일이 멋지게 느껴졌다. 그의 첫 번째 셜록 시리즈의 단편에서 만큼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세 번째 단편 [다섯 개의 오렌지]에서는 극단주의 단체인 미국의 KKK단이 등장한다. 이들은 남북전쟁 이후 결성된 인종차별주의적 극우단체이다. 홈즈의 입장에서 실패한 사건으로 완결되지 못한 채 마무리가 된다. 작품 속에서 셜록은 의뢰인을 지켜내지도 독자에게 화려하게 일의 진척을 나열하지도 못한 채 사건을 종결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서 코난 도일은 서술자인 왓슨의 입을 빌려 '인간의 계획이란 아무리 완벽히 짰다고 해도 빈틈이 있는 법'이라고 말한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아무리 완벽하고 논리적인 셜록이라 하더라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듯 우리의 인생도 계획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니 너무 경직되어 세상을 살아가지 말아야 한다. 너무 치밀한 계획은 계획을 짜는 단계에서부터 사람을 지치게 하고, 진행되는 과정 안에서는 긴장되게 하며, 원하는 결과에 이르지 못하면 허무하게 만든다. 매 순간 느슨하게 숨쉬며 사는 것이 필요하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인생을 생각하다니 너무 샛길로 새어버린 듯하다.

 

아서 코난 도일의 짧은 단편으로 작가에 대해 평가하거나 결정 짓기는 어렵다. 현대의 많은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가이도 하니 긴 호흡의 장편을 찾아서 읽어보아야겠다. 읽어도 읽어도 읽을 책은 넘쳐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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