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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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트리플 시리즈는 어둡다. 또한 언제나 처럼 신선하고 기발하다. 하지만 다소 난해하고, 어렵다. 세 개의 단편 모두 제목부터 생소하다. 작가의 심오한 의도를 알고 싶은 욕구로 문장을 곱씹어 보지만 도통 다가가기 힘들다. 다소 불친절하지만 문장은 머리 속에 맴돈다. 누구가와의 '이별' '상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영원'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짐작해 본다.

【마그눔 오푸스】 '마그눔 오푸스'라는 용어는 중세 유럽의 연금술에서 유래한 낱말로 납과 같은 비금속을 금으로 변형하거나 철학자의 돌을 만드는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야기는 태몽에서 시작한다. 산모가 꾸어야 할 태몽을 할머니인 양계진 씨는 대신 꾸게 된다. 꿈 속에서 양계진 씨는 눈부시게 빛나는 비단 잉어를 손으로 잡는다. 잉어는 주인이 있었으나, 양계진 씨는 비단 잉어가 너무 예뻐서 팔에 꼭 끼고 도망 온다. 이쁘고 탐스러워 가져 온 비단잉어는 귀하고 귀한 손주로 태어난다. 너무 귀해서 쉽게 손대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던 손주의 손바닥에 손가락을 넣어본 양계진 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꽉 움켜 쥐는 손주의 악력에 놀란다. 그 뜨거운 손아귀는 양계진 씨의 모든 유해한 악취를 우그러뜨리며 그녀를 사랑에 빠지게 한다. 자꾸 돌려달라며 꿈에 나타나는 잉어의 주인 거북에게 흥정하는 배짱 좋은 할머니 양계진 씨. 할머니의 흥정은 손자를 지키려는 그녀의 사랑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흥정은 내 것을 주고, 상대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거북의 것을 가져왔으니, 이번에는 그녀가 무언가를 내어 줄 차례인 것이다. 흥정은 성공하고 양계진 씨는 손주를 지킨다. 그녀의 사랑과 그녀의 믿음, 그녀의 애달픈 눈빛은 금을 만든다. 그녀는 마그눔 오푸스이다.

【아나톨리아의 눈】 '아나톨리아'는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돌출한 대반도이며 고대에는 '소아시아'라고 하였다.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단편이다. 독특한데 나에게는 도저히 이해부족이다. 단편 안에 초단편 9개가 배치되어 있다. 보드게임에 임하는 가상의 소설가가 주사위 두 개를 굴려 나온 수의 합과 연관된 이야기를 만든 것인데 너무 어렵다. 솔직히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너는 글, 나는 독자라는 생각으로 그냥 '바라보기만 하며' 읽어나갔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보는 것이 세상 제일 큰 스트레스인데...이 짧은 글이 날 많이 힘들게 했다.

【고트스 프리퀀시】 '프리퀀시'는 잦은 빈도 혹은 소리, 전자파의 진동수로 해석된다. 놀랍다. 기발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내는 걸까? 독특한 자신의 상상력을 문장으로 엮어내고, 그 문장들로 타인의 사유를 이끌고, 이해 혹은 반감을 일으키는 물결들을 만드는 작가들은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남은 것 없는 빈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많은 것들이 버려진 장소로 보이는 공간. 폐가에 떠도는 정령을 가두는 의식을 행하는 소설가.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 (p.98)는 전제를 가지고 소설가는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지만 주파수로 존재를 알리는 무언가의 소리를 포획하여 한 글자, 한 글자 지면에 적어 놓으며 그 존재를 가두어 버린다. 그럼 정령은 우리 주위에서 사라진다.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라는 전제로 생각하면 기억하기 위해 흔적을 남겨 놓는 것은 기억하고 싶은 존재를 가두는 것이다. 혹은 외형이 없는 존재에게 모습을 부여해 주는 것이니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럼 그 존재는 가두어져서 다시 태어나길 바랄까? 기억하되 남기지 않고, 소리내어 부르지 않음으로 자유를 주며, 기억하는 자가 기억을 다할 때 소멸하기를 존재들은 바랄까? 생각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는 문장들이다.

매번 새로운 트리플 시리즈를 접할 때마다 뒷 면 출간 예정 목록을 보게 된다. 길게 길게 이름을 남긴 작가들의 나열 보면 신난다. 또 어떤 신선한 소재와 문장들로 나를 즐겁게 할지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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