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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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우리가 이룬 대부분의 것이 우리 스스로가 결집한 군중의 힘으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었으며, 공적인 위치에서 사적인 행동과 무책임했던 지도자를 탄핵했던 것은 결집했던 군중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군중의 힘을 긍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군중심리]의 저자 귀스타브 르 롱이 바라보는 군중은 집단 심리로 똘똘 뭉친 자극적이며 충동적이고 야만상태인 사람들일 뿐이다. 그가 바라보는 군중에 대한 우려에 수긍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군중심리]는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이 1895년 발표한 책이다. 군중의 심리와 무질서한 행동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저작이며 사회심리학 분야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군중은 '미친'폭도로 그려지며, 제시된 문장들은 노골적으로 인종과 성을 차별하고 있어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군중의 힘이 강한 것은 다수와 익명이라는 장치가 개인을 대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원수에 의해 자신들은 무적이라 느끼며 무엇이듯 해낼 것 처럼 무서운 광기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군중의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군중의 힘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군중이 이루어낸 것들이 모두 우리를 한 발 앞서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내가 군중의 힘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한 쪽의 군중만 바라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생각해 본다. 직선제와 탄핵을 이룬 군중의 다른 한 쪽에는 또다른 군중이 존재했던 것이다. 1980년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던 민중의 다른 한 쪽에는 그들을 강제 해산하고 탄압했던 또다른 군중도 있었다. 공수부대라는 이름으로 광주에 투입되었던 그들에게 '군대'라는 공간과 '상급자'의 명령은 개인으로써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행하는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귀스타브 르 봉이 주장하듯 '수'가 부여하는 힘이 감정의 과잉 상태를 만들어 자신의 극단적인 행동을 합리화 시켰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행동은 자신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수부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이므로 철저히 익명이 될 수 있었다. 내가 속한 집단이 무엇을 우선시 하며 어느 쪽 방향을 향하고 있느냐가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군중은 본능적으로 예속된 상태를 갈망하여 누군가에게 복족하려하고 자신을 이끌 누군가가 있으면 노예 상태의 안정감을 느낀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모두 작은 사회를 형성하며 다양한 집단을 만들어 그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려 한다. 우리가 느꼈던 소속감이 때론 노예 상태의 안정감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나의 생각과 반하지만 집단 안에서 물의를 일으키지 않으려 모두에게 맞추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종종있다. 하지만 다수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도 다수의 의견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개인이 예속된 상태를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 군중 안에는 그들을 이끌 지도자가 항상 존재한다. 군중이 되면 개개인은 사라지고 무의식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귀스타브 르 봉은 주장한다. 그러므로 무의식의 군중을 이끌 지도자의 신념은 중요하다. 집단의 방향과 집단의 신념을 알고 싶다면 그 집단을 이끄는 대표를 알면 된다. 그가 이미지와 감언이설로 군중을 사로잡는 사람인지, 자신의 곧은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군중을 이끄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올바른 의견과 신념을 기르기 위해선 암기위주의 이론 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대처능력과 자주적인 행동 키울 수 있는 실습위주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긍한다. 또한 걱정스럽다. 과연 우리의 교육이 우리가 속한 사회라는 집단을 이끌 올바른 신념과 의견을 가진 우리를 만들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저자는 군중이 문명을 만드는 주체라고 말한다. 군중은 문명의 흥망성쇠에 많은 기여를 한다. 우연히 한 곳에 모인 서로 다른 사람들은 지배자에 의해 군중을 형성하고 시간이 제 역할을 하여 민족을 형성한다. 군중은 민족이 되면 야만상태를 벗어나고 새로운 문명이 형성된다. 또다시 시간의 제 역할로 문명은 파괴되어 분열을 일으키고 원래 상태의 독립된 개인이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가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상태에 와 있는 걸까? 내가 속해 있는 작은 집단들은 어느 상태에 와 있을까? 우리가 혹시 야만의 시대로 들어선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문명의 상태가 오래도록 지속되게 하기 위해 나와 우리를 알고, 우리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책장을 덮으며 현시대와 연결해서도 다양한 생각과 시대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음을 느끼며 왜 이 책이 사회심리학의 고전이 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나를 둘러 싼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책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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