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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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는 해가 지지 않아 밤이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밤인데도 어두워지지 않으면 하루의 경계가 모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함으로 몽롱하게 긴 하루를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런 하얗고 몽롱한 밤을 연상시키는 도스토옙스키의 중편 [백야]는 몽상가 청년의 사 일 동안의 하얀 밤과 하루의 아침을 다루고 있다.

아름다운 밤 뻬제르부르그의 하얀 밤 거리를 걷던 청년은 도시가 황무지처럼 스산하게 느껴지며 슬퍼진다. 청년은 슬픔을 머금고 다다른 운하에서 흐느끼는 여인 나스짼까와 알게 되고, 둘은 서로의 사연을 나누며 상대를 위로한다. 오랫동안 외로운 몽상가였던 그는 기다리던 사랑으로 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확신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어 고백한다. 하지만 고백의 순간 그녀는 기다리던 사랑과 재회하고 청년의 사랑은 백야와 함께 사라진다.

청년과 나스짼까 각각의 사랑은 진짜일까? 하얀 밤처럼 몽롱한 망상에서 빚어진 착각이 아닐까? 언제나 외롭고 혼자였던 청년에게 기대고 위로를 받는 그녀로 인해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는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활기가 생긴다. 처음 접하는 감정과 하루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백야는 그를 잠못 이루게 하며,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청년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정확히 1년 전 나스짼까도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였다.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확신했던 때도 하얀 밤이 진행되던 때였다. 그녀는 자신을 옥죄는 할머니로 부터 벗어나게 해줄 '사람'을 발견하고, '사랑'이라 이름 짓는다. 둘의 사랑이 백야가 가져온 거짓 감정일지라도 몽롱한 하얀 밤에 그들이 깨달은 사랑은, 매일을 부질없이 살던 두 남녀를 일깨우게 해줌으로 충분히 빛을 발한다. 현실이 힘겹더라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하얀 밤의 몽롱한 사랑은 일상의 힘겨움을 견딜 힘을 줄 수 있다.

[백야] 는 작가 생전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힘있고 굵직한 작품으로만 기억되는 도스토옙스키를 서정이고 감미롭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한다. 다소 난해한 몽상 묘사를 빼고는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대문호의 작품이라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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