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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평점 :

● p.88
내가 얌전해서, 내가 조용해서, 내가 착해서 그런 겁니다! 자기들 심보에 맞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날 걸고넘어진 거예요. 처음엔 "당신은,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이렇고 저렇고."로 시작해서, 그다음엔 "마카르 알렉세예비치한테는 물어볼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이젠 결론을 내리기를 "그럼 그렇지, 마카르 알렉세예비치잖아!" 그래서, 아가씨, 일이 이렇게 돼 버린 거예요. 다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탓이지요.
● p.143
가난한 사람들은 변덕스러워요.(...) 가난한 사람들은 까탈스러워요.(...) 바렌카. 가난한 사람은 걸레보다도 못하고 그 누구에게서도 존중이란 걸 받을 수 없어요, 뭐라고 쓰든 간에! 그자들이, 그 삼류 작가들이 뭐라고 쓰건 간에 가난한 사람의 상황은 전과 같을 겁니다! 왜 여전히 똑같을까요?
● p.169
아기씨, 그 양반들한텐 내가 발 닦는 걸레만도 못해요. 내가 뭐 때문에 죽겠는지 알아요, 바렌카? 돈 때문이 아니라 이런 일상적인 불안감, 이런 수군거림과 조소와 농담 때문에 죽겠는 거예요.
✍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의 마카르 알렉세예비치도 고골의 [외투]에 나왔던 9급 문관 아카키처럼 정서 업무를 하며 빈곤하게 사는 인물이다. 마카르 또한 아카키처럼 낡은 외투와 부츠를 새로 장만하고 수선하고 싶어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고, 버럭버럭 고함치는 고관들과 자신을 무시하는 동료와 이웃이 지척에 있다. 두 인물이 자꾸 겹쳐짐으로 마카르의 앞날도 어둠의 끝이 펼쳐질 것 같이 느껴진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바렌카에게 도움을 주고, 더 많은 도움을 주길 원하는 마카르의 바람은 찌그러진다. 오히려 이젠 드문드문 바렌카에게 도움을 받게 되는 마카르. 가난한 그들의 서로를 향한 다독임은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비웃음을 사고 추문이 된다. 그리고 마카르와 바렌카에게는 가난보다 그들을 '걸레'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조소와 농담이 견디기 힘든 치욕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