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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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작가 조지 오웰. 그의 대표적인 작품 [동물 농장]은 읽을 때마다 재미나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다. 러시아 혁명과 사회주의, 스탈린 시대 등 역사적 사실을 동물들에 빗대어 만든 그의 이야기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일깨움을 주고 있다.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늙은 돼지 메이저의 꿈이야기를 듣고 농장주 존스 씨에 대항하는 반란을 일으킨다. 농장을 점령한 동물들은 인간의 착취가 없는 `모든 동물이 평등한 농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한다. 그러나 돼지들이 지도자가 되고, 돼지의 지도자 나폴레옹이 스노볼을 내쫓은 뒤로부터 동물들은 옛날보다 더 혹독한 여건에서 혹사당하기 시작한다.

혁명을 통해 동물들이 이루려고 했던 이상적인 <동물농장>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독재자가 된 돼지 나폴레옹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음모와 거짓으로 동물들을 속이고 혹독하게 착취하여 혼자만 무위도식했던 나폴레옹의 배신이 이상적인 동물농장을 만들지 못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맞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상황을 인지하지도, 인지하면서도 모른척 했던 동물들의 잘못이 가장 크다. 말 복서는 농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성실한 일꾼이었다. 그의 성실함은 다른 동물들에게 자신의 나태함을 반성하게 하고 더 열심히 일에 참여하게도 한다. 하지만 그의 무조건적인 충성과 성실함은 나폴레옹의 착취에 힘을 쏟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가 뛰어난 노동력만큼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다면 나폴레옹의 거짓과 모함을 깨닫고 ,나폴레옹의 무리한 계획과 요구에 가담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복서는 나폴레옹의 성실한 꼭두각시 였다. 당나귀 벤저민의 침묵도 성실한 바보 복서만큼 잘못된 것이다. 그는 돼지 무리 이외에 제대로 글을 읽을 수 있는 동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들에게 유리하게 '7계명'이 수정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알면서도 상황을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벤저민은 비겁한 지식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벤저민의 침묵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라는 단 하나의 계명만 남았음에 다른 동물들이 잘못됨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복서와 벤저민을 통해 사회의 상황을 올바르게 인지할 사고가 부족하고, 참여가 부족할 경우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낼 사회의 모습이 어떨지 짐작하게 한다.

초기 농장을 이끌었던 돼지 두 마리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행태는 우리의 정치판과 다를바 없어 보여 한심하다. 혁명의 소용돌이 후 얻은 첫 번째 생산물 우유를 차지할 때 처럼 돼지 이외의 동물들을 착취할 때는 한 편처럼 뭉치던 두 돼지는 권력을 잎에 놓곤 서로 끝없이 부딪친다. 농장의 발전을 위해 진행했던 일요 토론에서 가장 활발한 의견을 내놓지만 두 돼지는 절대 의견의 일치를 보지는 않는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내놓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의견을 통해 모두에게 합리적이고, 이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두 돼지는 제안의 내용은 무시하고 상대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은 무조건 반대한다. 소모적이고 한심하다. 팽팽한 시소는 언젠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결국 스노볼이 동물들의 동조를 얻자 나폴레옹은 양들을 꾀어내 스노볼의 연설 때마다 방해 구호를 외치게 한다. 또한 달변가 돼지 스퀄러를 동원해 유언비어와 정치 선전으로 종국에는 스노볼을 농장에서 내쫓고 일인자로 올라선다. 모함과 비리로 얻은 권력은 자신의 힘을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이 억지로 얻은 권력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조작과 모함을 일삼아 오래오래 권력을 유지하려 할 뿐이다.

소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원했던 때는 출간을 꺼려했던 [동물농장]이 냉전시대에는 각광 받는 작품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쉽게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화와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회 속에서 '나폴레옹'과 같이 사회를 망치는 인물이 힘을 얻게 하지 않기 위해 깨어있는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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