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 - 최재훈의 다양성 영화 걷는사람 에세이 10
최재훈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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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의 세대교체가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매체를 접할 때마다 느낀다. 또한 그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놀란다. 갑자기 나타난 배우들인가 싶었는데 그들은 모두 다양한 '독립 영화'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배우들이었다. 최재훈 에세이 『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는 다양한 매체에서 연기력을 뽐내고 있는 세대교체된 배우들은 물론 메이저급 유명 배우들이 뜻을 가지고 참여한 '다양성 영화' 를 소개하며 영화에서 다루는 소재와 문제에 대해 소곤소곤 저자의 생각과 감각, 느낌을 풀어낸다. 소소하지만 특별한 우리의 삶을 필름에 담은 것 같은 '다양성 영화' 에 대해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모두 조용히 소곤거리며 들려주는 따뜻한 귓속말 같다.

총 6개의 주제로 24편의 영화가 언급된다. 언급된 영화 중 내가 접했던 영화는 고작 6편 뿐이었다. 나름 다양성을 추구하고 열린 사고와 시선으로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접하지 못한 다양성 영화들을 앞으로 챙겨보아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설렘을 느꼈다. 저자의 시선을 참고하되, 나만의 관점으로 영화를 받아들이고 해석해 보아야겠다.

소개된 다양성 영화 중 다소 유명세를 탔던 영화들이 내가 접했던 영화들이다. 어떤 상황에서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미묘하게 색깔이 달라지는 아이들의 우정을 다룬 <우리들>, 성수대교 붕괴라는 역사적 사건이 흔들어 놓은 소녀의 개인적이지만 너무 큰 상실을 다룬 <벌새>, 사회라는 집단 안에서 혼자가 되어버리는 순간을 두려워하지만 매번 혼자가 되어버리는 소녀의 몽환적 이야기 <꿈의 제인>, 기발하고 독특했던 상상력의 집합체 <메기>, 사회가 조금만 보듬었다면 비극으로 치닫지 않았을 여인의 이야기 <화차>, 이기심으로 만든 속죄의 양이 모두를 저주하며 마녀가 되는 <죄 많은 소녀>...모두 짧은 개봉기간을 가지고 개봉된 영화라 안방극장에서 마주했던 작품들이었다. 의도적으로라도 다양성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저자는 다양성 영화들이 다루고 있는 인물들이 누구도 응원해주지 않는 시시한 삶 속에서 '삶의 의미'보다는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p.108) 저자가 말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이 어쩌면 진실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을 담은 '다양성 영화'를 꾸준히 응원하고 싶다.

이주승, 이제훈, 최우식, 천우희, 전여빈,이민지, 구교환, 이주영....이들이 연기했던 지난 날의 독립영화는 배우들에게는 찬란한 빛을 선사했지만, 그들이 연기했던 영화 속 인물들은 아직도 사회 속에서 제자리 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 만큼이나 사회 속 그들이 연기했던 소외된 인물들도 현실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다름을 인정하고, 힘과 권력에 의해서 억울하게 피해보는 소외 계층에게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작고 소소한 것을 중요하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는 작품이 다루는 주제처럼 시시하고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고, 여러 번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줄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작품의 표지와 제목이 아주 많이 아쉽다. 좀더 감각적인 표지와 제목이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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