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와일드카드 1~2 - 전2권 와일드카드
조지 R. R. 마틴 외 지음, 김상훈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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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시리즈이다. [와일드카드]는 1987년 시작되어 2021년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시리즈이며, 무려 43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거대한 SF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완벽한 픽션이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역사 속 한 페이지를 공유하며 가상의 색다른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다채롭고, 흥미롭다. 실제와 허구가 어우러져 다양한 상상력을 폭발시킨다. 여러 작가가 집필을 진행하여 서로 다른 문장의 조화가 다양한 재미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개인별 기호가 있어서 때론 불편하거나 가속이 붙지 않는 문장을 만날 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시도 자체만으로도 거대하고 대단한 시리즈라 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1946년, 외계에서 온 '와일드카드 바이러스'가 뉴욕 맨해튼 상공에 유출된다. 바이러스 감염자의 90%가 사망하고, 9%의 생존자는 유전자 변형으로 '조커'라는 돌연변이체가 되어 박해받으며 비참하게 살아간다. 반면 1%의 생존자는 인간의 외모를 유지하면서 초능력을 갖게 되어 '에이스'라 불리지만, 그 능력 때문에 정부의 통제를 받아 모습을 감추고 살아간다.

시리즈를 이끄는 인물인 '닥터 타키온'은 자신은 타키스라는 행성에서 왔으며, 홀로 지구를 지키려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구인들이 실시한 신체검사에서 그는 완전한 인간으로 판명된다. 그럼 그는 일부 과학자들이 의심했던 전쟁 중 나치스의 비밀 프로젝트인 걸까? 하지만 신비롭게도 그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묘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것만으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 그럼 그는 그 스스로가 주장하는 대로 정말 지구를 구하러 온 외계인인 걸까? 그가 정말 외계인이라면 그의 주장은 이렇다. 타키스 행성은 우주 정복을 목적으로 물건 하나를 개발한다. 그 물건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능력을 줄 수도, 몰살 혹은 기형으로 변신시킬 수도 있는 물건이라, 효과와 부작용을 실험하기 위해 그들은 유전적으로 자신들과 동일한 지구인을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다. 타키스 사람들의 주장과 행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에게 인간만을 위한 실험을 일삼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입장을 바꾸어 상대의 자리에 서보면 내가 행한 것의 본질을 보게 된다. 우리가 여태 동물들에게 행했던 것들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며, 이기적이었던 것인지 느껴졌다.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운 단편은 로저 젤라즈니의 <슬리퍼>였다. 운명의 와일드데이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된 열네 살 소년 크로이드 크렌슨은 깊은 잠에 빠지고 깨어나면 전혀 새로운 존재가 되며 , 매번 새로운 능력을 발휘한다. 처음엔 본래 자신의 능력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가장을 잃은 자신의 가정을 챙길 수 있음에 소년은 만족한다. 그러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자신을 위해 각성제를 먹어가며 잠을 미루다 부작용이 생기며, 잠은 그의 적이 된다. 그는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상황에 잠들고 깨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지금의 모든 것을 지속할 수 없는 미래는 지옥이다. 그는 영원히 잠들거나, 영원히 잠들지 않길 바랬을 것이다.

[와일드카드]에 등장하는 와일드카드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물들은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처럼 보인다. 그들을 대하는 시선에 따라 그들은 영웅이 되기도 하고,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학은 진보하고 발전하는데 인류의 도덕성은 점점 퇴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어딘가에선 비밀리에 바이러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상상의 이야기이며 , 지구 밖 존재에 의한 바이러스로 설정되어 있는 이야기이지만 우리 안에서 우리 스스로가 펼쳐낼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무언가에 감염되어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이 에이스이든, 조커이든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시리즈 중 단 두 권을 읽었지만, 펼쳐질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기대될 만큼 흥미로웠다. 시리즈의 시작을 함께 하는 좋은 기회였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정기적으로 시리즈를 출간하기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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