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트리플 8
최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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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데도 일을 해야 하는 아이. 노동자가 아닌 실습생인데도 노동을 해야 하는 아이의 일요일은 무겁다. 요일에 상관없이 옆자리 친구를 라이벌로, 자신의 부모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공부'라는 노동을 해야 하는 아이의 일요일은 숨막힌다. 특별히 공부를 잘 하지도, 특별히 불우하지도 않은 아이는 무엇하나 확실한 것이 없어 일요일도 흐리멍텅하다. 각자의 상황과 배경에 맞게 특성화고, 특목고,일반고로 진학하게 된 세 명의 친구들. 여덟 번째 트리플 시리즈 [일주일]의 첫 단편 <일요일>은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진학이라 더 좋은 효과와 미래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배경에 따라 일찌감치 아이들을 나누어 계층을 만들고, 각자의 계층에 익숙해지며 서로를 어색하게 만든다.

<일요일>의 서술자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성당을 다녔던 도우, 민주가 가족과도 같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랬던 그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걸 여름 어느 날 친구들이 '휴가'라는 걸 떠나느라 성당에 나오지 않은 일요일날 알게 된다. 영문을 몰랐던 처음에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친구들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기분을 느꼈고, 나중엔 그런 기분을 느꼈던 자신이 창피해진다. 그들은 달랐다. 그리고 다름으로 인해 친구들과 멀어질까 '나'는 두려워 한다.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싶을 만큼 친구들과 자신이 다른 것이 두려웠던 아이의 먹먹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 실습생으로 어른들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지 못하는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도우와 일찍 돈 벌어 좋겠다며 부러워하는 민주의 말에 웃음으로 답하는 아이는 정신 바짝 차려서 혼자 일해야 하는 일요일 야근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 그들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너무 힘겹다.

<수요일>의 서술자 '나'는 어느 날 암호같은 편지만 남기고 사라진 친구 지형의 보호자 앞에서 난감하게 앉아 있다. 사라진 친구 지형은 대외적으로는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지만, '나'는 언제나 지형의 애정에 목말라 있었다. 무엇이든지 잘하지만 , 자신의 부모를 이름과 보호자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경멸하고, 자신만의 비밀 문자를 만들어 글을 남기는 독특함을 보여 '나'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불러 일으켰던 친구 지형. 완벽하기만 할 것 같았던 지형은 영주라는 친구와 특별한 우정을 나누다 영주의 자살로 무너진다. 그런 지형을 보는 것이 애정을 도둑맞은 것 같아 힘겨웠던 '나'는 영주의 자살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지형을 위로하다 지형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완전히 자신에게 돌아서는 지형을 느낀다. 우정 사이에서도 미묘하게 존재하는 애정의 강도는 예민한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때론 친구의 인정과 애정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그거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거라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붙잡으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의 '나'는 학교가 버겁다. 자신과 같은 연령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라는 테두리에서만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숨막혀 한다. 좀 더 다른 방식과 속도로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싶은 아이는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데도 거쳐야 할 관문이 너무 많다. 관문을 거치는 과정이 많더라도 아이는 관문을 잘 거쳐 자신만의 방식과 속도로 공부하고 사회를 경험할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해도 돼'라고 말해주는 든든한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후회할 수 있고 후회는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엄마는 후회하는 순간 자신에게 빨리 말하라고 아이의 다짐을 받아낸다. 그래야 다음을 같이 생각할 수 있다며....멋진 엄마다. 아이는 멋진 울타리가 있어 잘 이겨낼 것이며 , 특별히 크게 후회하지도 않을 것 같다.

일찍 자립하는 것,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 자기 인생을 자기 속도로 살아가려는 것을 우리는 한심해 한다. 그리고 그런 청소년들에게 어려서 뭘 잘 모른다고 혀를 찬다. 작가는 청소년들을 나무라는 기성세대들에게 우리의 청소년들이 불완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은 원래 불완전하다고 작가는 말한다.(p.135) 같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면서 더 어린 아이들의 불완전함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다니 반성해야 겠다. 내가 늘 노력하고, 평생에 거쳐 성장했듯 그들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노력하고 오래도록 성장할 것이다. 그들이 너무 아프지 않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속에서 좋은 어른이 되도록 나를 포함한 우리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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