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수목원
한요 지음 / 필무렵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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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 드로잉북은 처음이다. 앞 면지 처음 부분에 티켓이 그려져 있다. 작가와 함께 티켓을 발권해서 수목원을 경험하는 기분이 든다. 빳빳하고 두께감이 느껴지는 재질의 종이 가득가득 색연필 드로잉으로 채워져 있다. 풍성한 서로 다른 나무들과 서로 다른 사람들의 드로잉 속 불쑥불쑥 채워진 문장들은 곁에 친구를 두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숲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게 된다.

친구와 가벼운 산보를 즐기러 온 사람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발걸음, 산보도 나무도 따로 애써 느끼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숲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청춘들,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남자, 꽃향기를 느끼는 여자, 혼자서, 단둘이 , 여럿이서 모두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무와 함께이다. 나무들도 풍성하게, 빈약하게, 향기롭게, 탐스럽게, 시원하게, 푸르르게 제각각의 모습들로 사람들과 함께이다. 사람과 나무가 함께인 그림들 모두가 느리고 조용하다. 그 느리고 조용함이 그림을 보고 있는 나에게도 전달되어 한껏 공기를 콧 속으로 그러모으게 된다.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는 뒷부분 드로잉을 보며 나의 등산화를 생각해본다. 나무가 우거진, 공기가 맑은, 그늘이 풍부한, 조용하고 한적한 숲 길을 걷고 싶어진다. 정리할 생각을 꼬깃꼬깃 머리 속에 넣어가지고 출발하여 쉬엄쉬엄, 되새기며 정리하고 싶어진다. 마스크도 살짝 살짝 내려가며 나무가 주는 찬란한 입김을 허덕허덕 마시고 싶어진다. 푸르름이 붉게 물드는 올 가을엔 함께 해야겠다. 드로잉 중간중간 보이는 빈 면지에 나의 '어떤 날, 수목원' 산보 이야기를 채워 넣어야 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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