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간 뜨인돌 그림책 63
안데르스 홀메르 지음, 이현아 해설 / 뜨인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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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없는 그림책이다. 책의 표지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매서운 눈빛의 물소가 파이프담배를 물고 있다. 파이프담배에서는 표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녹색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으며, 위협적이다. 위협적이고 매서운 물소 앞에 작고 힘없으며 더러 슬퍼보이는 아이가 꼳꼳히 서있다. 아이는 왜 물소와 대면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시간』 은 스웨덴의 작가 안데르스 홀메르 본인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은 '이별'을 그리고 있다. 삶을 알아가야 할 아이는 닥쳐온 죽음의 이별이 버겁다.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슬프다. 아이는 고양이를 앞세워 추억의 비행선을 타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깊고, 높고, 어둡다. 여행에서 수집한 것들에서 각각의 정수를 뽑아내고 , 모아진 정수로 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주변의 물건들은 겹겹이 우리의 시간을 담고 있다. 그 물건들은 때론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더 많은 걸 우리에게 선사한다. 그 물건을 대할 때 생각나는 얼굴, 생각나는 시간, 떠오르는 그때의 감정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물건이 품고 있는 시간이 누군가와 함께 만든 시간이라면 그 물건의 색, 향기, 모양까지도 특별해진다. 그리고 지금은 흐릿해진 그때의 감정을 되새기며 상대방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암소의 초록 연기는 위협이 아니라 깨달음의 향기였다. 남은 시간을 겹겹이 아픈 기억으로 채울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또다른 '우리의 시간'을 만들어야 할지 아이는 생각한다. 슬프지만 이별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다시 채워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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