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시스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9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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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관계가 형제자매 관계인 것 같다. 상대가 마음에 안든다고 관계를 끊을 수도 없고, 싫다고 신경을 안 쓸 수도 없고, 의도치 않게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는 평생 경쟁 관계. 김혜정 작가의 청소년 소설 [디어 시스터]는 그런 미묘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찌보면 형제자매는 내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날 때부터 부여된 사회공동체이다. 그 억지스러움은 개인에게 자아가 생기면서부터 자각되고,독립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독립생활을 하며, 항상 함께일 때는 모르던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며 가족에 대해 우리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언니 이나와 동생 주나는 방학동안 부모님의 일정에 따라 각각 치앙마이와 베를린에 머무르게 된다. 두 자매는 이유없이 어느 날 부터 서로에게 불편하고 신경쓰이는 존재가 되어 있었기에 떨어져 있음이 오히려 자유롭다 느낀다. 떨어져 있던 자매는 일상적인 자신의 일들을 메일로 주고 받으며 , 서로에게 가졌던 감정의 이유를 털어놓고 오해를 푼다.

때론 글의 힘은 말의 힘보다 강하다. 감정을 정제할 수도 있고,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나의 의도에 맞게 정확히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나와 주나도 그랬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을 때는 상대방의 반응에 너무 신경쓰다 보니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메일로 서로에게 글을 쓰며 스스로를 정리하기고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며 글을 쓰다보니 상대는 물론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된다. 언제나 자기 표현에 솔직한 주나에 비해 이나는 조심스럽고 타인을 의식했다. 그것이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더 소극적으로 움츠러게 했음을 이나는 주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깨닫는다. 깨닫는 순간 언니 이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주나에게 '나는 나를 더 많이 좋아하고 싶어(p.149)' 라는 글을 남긴다. 글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주나는 메일을 주고 받으며 언니와 더 친근해진 것 같고, 옆에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라 표현한다(p.167). 마음을 나누는 데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곁에 있으니 나에 대해 다 알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우리는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도, 눈빛도 나누지 않는 사이에 어떻게 상대를 이해하고 알 수 있을까? 그건 오히려 숨막히는 답답함만 느끼게 할 것이다. 곁에 있는데도 마음을 나눌 수 없다는 건, 멀리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내 곁의 가족과 더 친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애정은 함께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노력의 시작은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끼리는 표현하지 않아도 다 알것이라고 착각한다. 정말 착각이다. 말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타인은 나에 대해 알 수없다. 내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에 대해 모른다고 섭섭해 하는 것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깨우쳐야 한다.

주나가 베를린에서 사귄 빈센트는 한국말을 사랑하는 친구이다. 그는 '한국말은 감정이 담겨 있다' (p.191)고 말하며, '밉다'는 '싫다'와 다르다고 상기시켜 준다. 두 말 모두 상대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이지만 '밉다'는 좋아하니까 섭섭해서 생기는 감정이니 이나가 주나에게 '밉다'라고 표현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끼리의 티격태격은 싫어서가 아니라 미워서이다. 왜 미워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소통하고, 미워하며 서로를 더 알아가는 가족이 되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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