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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을 배우다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엄마의 죽음 앞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몬스터 콜]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났다.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코너는 암에 걸려 점점 메말라가는 엄마를 보는 것이 두렵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고달픔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자신의 마음 때문에 괴롭다.아이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보호자가 되어 엄마를 돌보지만 스스로도 엄마가 죽음에 가까워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부정한다. 젊은 엄마는 나무에서 추출한 신약치료가 실패로 끝나 죽음에 이른다. 그들이 다가올 이별에 대해 마음 아프고 안타깝지만, 마지막을 좀더 서로에게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며 이 책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가 생각났다.
제1장에 소개된 88세의 암환자 터너 씨의 3번의 걸친 심폐소생 이야기에서 나도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읽기를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터뜨리게 하다니 당황스러웠다. 터너 씨에게 행해진 생명 연장을 위한 모든 것이 그를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나보다. 암세포가 퍼진 갈비뼈는 압박으로 부러지고,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서 기도에 호흡관을 삽입하고, 15분간 심정지를 일으켜 뇌가 손상되어 버린 터너씨. 그는 하룻 밤 사이 세 번의 코드 블루 후 생을 마감한다. 그가 원했던 마지막 자신의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그 모습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마지막 모습일 것이다. 터너씨와 비교되는 죽음도 책에 소개되어 있다. 교향악단에서 연주자와 지휘자로 활약했으며, 예일대학교에서 비올라와 실내악을 가르쳤던 제스는 자신의 마지막 장소가 집이길 바랬다(p.112). 그는 죽음이 다가옴을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매년 진행해온 교향악단의 지휘도 진행했다. 그는 '아르스 모리엔디' 즉 죽음의 기술을 실천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원하던 대로 집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맞이했다.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계획하였기에 마지막 까지 분별력을 잃어 우왕좌왕하거나, 헛된 희망에 의존하며 두려워하지도 않을 수 있었던 것 그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또한 그를 존중했던 그의 가족들이 그의 마지막 선택을 따라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는 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메멘토 모리' '아르스 모리엔디' 는 죽음과 관련된 옛 사람들의 단어이다. 그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지도, 청결한 환경을 유지하지도 못했기에 유한한 인간의 삶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그러므로 삶 속에서 항상 죽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어쩌면 현대의 우리가 영원히 살 것 처럼 착각하는 것은 이익 집단이 만든 소비문화에 눈이 멀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도 옛 사람들처럼 죽는다. 고대 로마에서 전투에 승리한 장군이, 자만하여 자신을 신과 같은 불멸의 존재로 착각하지 않게 귀에 대고 하인이 속삭였다던 '호미넴 테 메멘토!(한낱 인간임을 잊지 마십시오)'를 우리도 서로에게 속삭여 주어야 할 것 같다.
'죽음'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이 조금 덜 고통스럽고, 아주 많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상황을 받아들이고(인간의 유한함, 병에 대한 이해) , 나의 선택을 응원하며 함께 할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의견에 동의한다.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죽음에서도 판단, 선택, 연대, 공감, 응원, 지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저자가 제시한 대로 나에게 병이 닥쳤을 때, 의사에게 스스럼없이 질문할 것이다. 당신의 처방이나 제안이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부작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치료로 병의 호전과 일상생활이 비례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할 것이다. 난 어떤 것에 더 집중할지에 대해서.... 그리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의 삶을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만들고 싶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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