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 - 산월기(山月記) / 이능(李陵)
나카지마 아츠시 / 다섯수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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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일본 작가 나카지마 아쓰시가, 중국의 역사 속 인물들 이징, 기창, 공자와 자로, 이능과 사마천에 대해 남긴 글이다. 또한 우리의 영원한 스승 '신영복' 선생님이 추천의 글까지 써주셔서 의도치 않았겠지만 삼국의 합작품인 것 같이 느껴진다. 게다가 이철수 작가의 멋들어진 그림까지 곁들어져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되었다.



<산월기>는 당나라 현종 때 이징의 이야기이다. 이징은 학식이 많고 재능이 뛰어나, 일찍이 관직에 올랐으나 항상 자신의 관직이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다 지랄 발광을 하며 산으로 들어가더니 호랑이가 되어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호랑이가 된 자신의 모습에도 그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는 근본적으로 세상이 자기 성에 차지 않는다. 그건 어느 위치, 어느 상황에서건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건 분통을 터뜨리고, 발광하며, 오열하더라도 언제나 그는 자신은 물론,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타협은 비겁한 것이 아니다. 때론 무조건적인 거부가 더 나쁜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가치가 그만큼 드높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가치를 알리면 될 것을 관직의 위치를 탓하는 건 비겁한 합리화일 뿐이다. 한 마디로 이징은 한심한 인간이다.



<명인전>은 조나라의 도읍 한단 땅에 살던 기창의 이야기이다. 기창은 천하 제일 가는 궁시의 명인이 되고 싶어 활의 명수 비위를 찾아가 그의 문하에 들어간다. 비위는 기창에게 오랜 기간 집중하여 수련할 것들을 제시하고 의지가 강했던 기창은 수련을 잘 완수해낸다. 드디어 기창은 명인이 되고 급기야 자신의 스승에게 대적하려는 생각까지 품게 된다. 뛰어난 재능에 비해 마음의 수련은 부족했던 것이다. 비위가 처음부터 마음 수련과 함께 최고의 명인이 되는 길을 가르쳤다면 기창이 스승 비위를 거스르려 했을까 의문스럽다. 그는 기능에만 뛰어난 최고의 도구가 된 것이다. 내선일체. 몸과 마음이 모두 수련되어야 진정한 명인이 아닐까 싶다.



<제자>는 노나라 변 땅의 협객 무리 중 하나였던 자로와 그의 평생 스승 공자의 이야기이다. 공자의 다양한 사상과 그의 말씀이 작품 속 자로처럼 나도 이해가 가지 않고 어렵기만 하였다. 당시 자로 처럼 자신의 부족한 이해를 질문하는 이가 없었다면 우린 공자의 말씀을 해석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스승을 완전하게 믿고 따르면서도 부족한 이해를 채우기 위해 스스럼 없이 질문했던 자로와 그런 자로의 질문에 가르침으로 답해 깨우침을 준 공자의 관계가 멋지다. 책에 기록된 다양한 자로의 질문을 함께 따라가며 공자의 답문을 통해 더 깊은 지혜를 깨우친다. 스승의 위대함을 두고 능력의 기준이 양인가? 질인가?를 논하는 제자들의 공방도 흥미롭다. 또한 문란한 왕에게 간언을 하여 죽임을 당한 설야를 놓고 불필요한 치기에 의한 죽음이며, 때를 기다릴 줄 몰랐던 행동이라고 말하는 공자의 말씀을 통해 또다른 시선을 깨닫는다. 자로가 정변에 휘말려 죽임을 당하고 사체가 소금절임 되었다는 말을 들은 후 집안의 모든 젓갈류를 내다 버리고, 이후 일절 식탁에 젓갈을 올리지 않았다던 공자. 우러러보고 어려워만 하는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스스럼없이 질문하는 제자와, 제자의 질문에 매번 깨우침을 주었던 스승이였던 그들의 관계가 이상적인 사제지간으로 다가온다.



가장 긴 분량의 글인 <이능>은 한나라 때 장군 이능과 그를 옹호하는 직언을 하여 억울한 형벌을 받은 사마천의 이야기이다. 이능은 포부가 크고, 야망이 있는 인물이다. 또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사마천은 자기의지가 뚜렷하고 곧은 사람이다. 작가가 왜 서로에게 상대의 존재가 별 의미가 없었던 두 인물을 함께 배치하여 서술하였을까을 생각했다. 단지 사마천이 이능의 행동을 올바르다 평하여 억울하고, 불쾌한 형별을 받았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인정받고 싶어 모든 드러나지 않는 행동은 주저했던 이능과 딱히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기 의사를 표현하거나 결정하지 않은 사마천의 서로 다른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려함이 아닐까 싶다.또한 흉노의 포로가 되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이능과 그의 오랜 벗 소무의 행동을 통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이능은 자신의 뜻을 보는 이가 없더라도 굳히지 않는 소무를 높게 평가했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남한산성에 갇혀서도 청나라를 오랑캐라 부르며 왕을 힘들게 했던 답답한 이들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오히려 흉노들과 함께 하면서 시간이 지나 한나라의 모순과 편협한 태도를 깨닫고 , 흉노에 대한 편견을 버린 이능의 태도가 더 올바르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능 스스로가 소무를 보며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4편의 중/단편 모두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다.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라 함은 오래오래 전해 내려온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형태와 다르지 않다. 깨닫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우리이거늘 언제나 동일한 지점에서 동일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며 후회하는 것 같다. 언제, 어느 곳에서 , 누구의 이야기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단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 중요하다. 그들에게서 지혜를 얻어 삶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길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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