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했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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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로잡는 표지이다. 종이테이프로 고정되어 있는 말린 꽃이 서정적이다. 문학동네 편집부에서 회의를 거쳐 나온 표지일 것이다. 이유를 되새겨 보게 된다.  생화가 아닌 말린 꽃은 생명력은 없지만 형태와 아름다움은 유지된다. 또한 향기는 없지만 '꽃'이라 이름 붙여진다.  [엄마가 했어]의 작품 속 다쿠토 가족의 모습과 같다. 그들은 가족이라 이름 붙여져 있지만 서로에게 관여되어 있지 않다. 함께 나누어야 할 문제점을 함께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질문하게 한다.



아버지보다 일곱 살 연상인 여든의 엄마가 잠든 아버지의 얼굴을 물에 적신 수건으로 덮고, 그 위에 베개를 올린 다음 자신의 체중을 실어 눌렀다고 한다. 물론 일흔의 아버지는 죽었다. 그리곤 엄마는 세 남매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 없이 자신이 한 일을 조용히 이야기 한다. 



작품은 단락별로 가족 구성원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들 가족은 일반적이며, 특색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유별난 자신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큰딸 도키코는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며 , 부모로 부터 독립하려는 의지도 없다.  아빠 다쿠코는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이 설정한 특별한 인물이 되어 그 인물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했을 거야' 를 생각하며 살아간다. 자신을 망각하는 것이다. 그의 망각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하게 하며, 자유로움을 넘어 문란함을 가져온다. 둘째 딸 아야코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될대로 되라식의 사고관은 물론,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성가심으로 여긴다.  엄마 모모코는 아버지에 대해 아무 말도 안하기로 했다고 선언한 후 죽은 사람처럼 감정이 없다. 막내  소타도 별다르지 않다. 기괴함이 느껴지는 가족이다. 



이 요상한 가족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거추장스럽게 관여되길 원하지 않는다. 아버지 다쿠코의 삶의 방식이, 엄마 모모코의 거짓 무관심으로 키워져, 결국 가족 모두의 삶의 태도가 되어 버렸다.온전히 다쿠토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할 거였으면 모모코는 결혼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한다. 결국 그녀의 발목이 그들 모두를 피곤함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개의치 않으려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서로  참아내는 것 뿐이었다.  아내 모모코의 선술집에 버젓이 내연녀를 데려오는 다쿠토보다 그걸 모르는 척 하는 모모코에게 더 화가 난다. 직면하고, 부딪치며, 싸워야 한다. 상처가 크더라도 말이다. 문제는 덮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늦은 감이 있지만 불편함을 직면하기로 한 가족들.  행동의 시작은 사태를 만든 장본인 엄마 모모코에서 부터 발생한다.  그런데 그들의 변화는 너무 갑작스러워서인지 폭주를 불러온다. 좀 더 일찍, 좀 더 제대로 반응했다면 섬찟하고 기괴스러운 폭주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나 기괴하게도 그들 가족은  폭주 후에 더 생동감이 넘쳐보인다.   살아있음을 느끼려면 직시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맞서 나가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음이다. 말린 꽃은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박제된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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