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딸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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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그때 우리는 국민학교 때라고 지칭했던 시대, 누구 소유의 책이였는진 모르겠지만 내 손안에 있던 작은 판형의 프랑스 문학이 생각난다. 프랑스와즈 사강과 나의 첫 만남이자, 프랑스 문학과의 첫 만남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설렘과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은 나의 첫 연애소설이었다. 그 어떤 하이틴 로맨스보다 나를 두근거리게 했던 멋진 작품. 그 이후 사강의 몇몇 작품이외엔 프랑스 문학을 찾아서 읽어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아주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읽게 된 프랑스 작가의 프랑스 문학 [다른 딸]. 역시나 독특하고, 상상을 자극하며, 공감하게 하는 문장들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작품인 [다른 딸]은 그녀가 태어나기 이전에 그녀 부모들의 외동딸이였던 한 아이를 둘러싼 아니 에르노의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르노의 엄마는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했다. 어린 에르노는 식료품점 앞에서 엄마가 젊은 여인에게 자신의 '다른 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듣는다. 엄마는 자신의 '다른 딸'을 '착했다'고 표현한다. 그 모든 것이 어린 에르노에게는 세상에 속았다는 느낌을 남기며 평생을 만나지도, 보지도 못할 한 아이와 연결해 힘들어진다.

 

 

어느 일요일 오후 끝 무렵, 에르노의 엄마는 식료품점 골목에서 젊은 여자에게 자신의 '다른 딸'을 기억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녀들의 대화는 젊은 여자의 딸과 잡기 놀이를 하고 있던 에르노의 귀에 들어온다(p.16).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엄마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에르노의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에르노의 상처 받은 감정보다는 자신의 '다른 딸'을 기억하며 되새기는 엄마의 심정이 더 측은했다. 그녀에게는 자녀에 대한 다양한 첫 경험을 선사한 소중한 아이였을 것이다. 사랑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누군들 붙잡고 사랑했던 그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죽음에 의한 이별은 남겨진 모든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먼저 보낸 사람에 대한 기억과, 그 사람과 그 기억을 잊지 못하는 지금의 나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아프다. 그래서 엄마는 어린 에르노에 대한 조심성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봉된 비밀이 풀리며 에리노의 엄마는 서글프게도 죽은 딸과 살아있는 딸 모두를 잃게 되어버린다. 그녀의 엄마로써의 삶이 애달프고 측은하다.

 

 

상처받은 아이. 아이는 상처받고, 상처는 치유되지 않아 곪아버린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의 상처를 '글쓰기'를 위한 통과의례였다고 합리화시킨다(p.38).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모를 가운데 두고 다양한 감정싸움을 해야 했던 그녀는 깊은 사유를 진행했을 것이다. 예민한 감각으로 부모의 사랑을 저울질하고, 불안해하며 그 모든 것을 '글쓰기'라는 자신만의 해소 방밥을 찾은 아이. 그녀의 문학과 그녀의 글을 접하는 우리에게는 선물이겠지만 그녀 스스로에게는 숨막히는 매일이였을 것이다.

 

 

읽는 내내 그녀의 감정이 이해가 된다기 보단 불편하고, 안쓰러웠다.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가지는 파급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평생동안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마주할 수조차 없는 대상 때문에 모든 순간 순간을 예민하게 반응했던 아이가, 소녀가, 어른인 그녀가 안쓰럽다. 그녀가 스스로를 착하지 않다고 말한 건 진짜 착하지 않게 의도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 선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모로부터 확인할 수 없었으니 그녀는 발버둥 친 것이다. 그녀의 발버둥이 그녀의 지성을 인정한 많은 독자들로 인해 이젠 위로 받았길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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