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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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장진영 소설

-자음과모음

-트리플5


한국 단편소설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로 만들어진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는 매번 놀라움과 신선함을 자아낸다. 트리플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마음만 먹으면>은 다양한 해석과 접근이 가능한 소설집이다. 장진영 작가의 문장들은 여러 겹의 은유를 품고 있다. 이해와 생각을 요하는 문장들이지만 곱씹고 곱씹어 보며 의미를 찾아내다 보면 슬픔과 아픔이 휘몰아친다. 세 편의 단편 모두 안타까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보육원 소녀 곤희는 '원했다고 생각했던 관계' 때문에(p.33) 임신을 한다. 하굣길 집근처 모퉁이에서 퍽 넘어진 후(p.56) 음식을 거부하게 된 '나'에게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고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다문화 아이인 하엘은 상대가 원하는 나의 이미지로 자신을 맞출 태세가 항상 갖추어진(p.83) 아이이다. 세 편의 단편의 큰 축인 세 명의 아이들은 모두 팽팽하게 당겨진 실 같다. 단단해 보이지만 끊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보인다.

곤희는 타인의 동정과 선행에 단단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이는 비참해진다. 스스로 그걸 깨우친 아이는 타인이 요구하는 불행을 전시하고, 타인의 도움에 감정을 배제하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팽팽한 마지노선은 매번 아이에게 긴장감을 준다. 자칫 경계선을 넘어버리거나 경계선 언저리에서 배회만 하다보면 낙하산 없이 비행기 밖으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넘어질 일 천지다. 내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우연히 밟힌 장애물에 의해 넘어지기도 하며, 의도적으로 걸어 논 누군가의 발에 결려 넘어지기도 한다. 넘어지고 곧바로 훌훌 털고 웃으며 일어나 나아가는 사람도 있고, 창피해서 도망가 버리듯 달려 나가는 사람도 있고, 피가 흐르는 상처로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나의 넘어짐을 아파하는 누군가의 시선때문에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숨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모든 일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방을 나약하다고 손가락질 하지 말자. 넘어진 사람이 보는 사람보다 더 '마음먹은 대로' 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김 없이 맑은 것은 정말 구김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구김이 있으면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고자질은 나쁜 것이지만 티없이 맑은 얼굴로 주저리 주저리 건네는 이야기는 고자질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특하고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한 아이는 아이가 닳고 닳아서라기 보단 환경이 아이를 밀어붙였기 때문일 것이다. '새끼돼지'처럼 귀여운 아이는 살기 위해 '돼지새끼'가 되었다.

아이들이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져 자유로웠으면 한다. 우리는 너무 타인에 대해 함부로한다. 폭력적이다. 때론 동정도 폭력이 될 수 있고, 충고도 아픔이 될 수 있으며, 자기만족을 위한 배려가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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