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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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민음사/2021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서사로 우리에게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던 작가 조남주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 을 만났다. 8명의 서로 다른 여성들이 서로 다른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며느리로, 누구의 여자친구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직도 평등하지 않고, 아직도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냐며 여성들에게 바득바득 눈을 부릅뜨며 말하는 남성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잘 모를 거다. 그리고 사실 우리도 잘 몰랐다. 그것이 차별이고 그것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조남주의 글을 만날 때며 아, 그래 그랬지, 그게 차별이었네, 라고 느끼는 지점들이 많다.

​말녀. 내 이름이 '말녀'였어도 정말 싫었을 것이다. 왜 나의 이름인데 다른 누군가를 위한 염원으로 평생을 불릴 이름을 나에게 준단말인가? 그리곤 네 이름때문에 남자동생 낳았다며 내가 원하지 않는 이유없는 칭찬을 들어야 하냔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 우리 엄마 세대에겐 웃으며 넘기는 이름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 중 하나였다.

​타인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를 까발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건 우리 모두가 공통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 다 다르고 다양한 우리가,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같은 이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성감수성'이 가볍게 취급되고 있으며, 모양만 흉내내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 다시 한번 '업데이트'를 해야할 때이다.

​누군가에게 '현남 오빠'라고 불렸던 강현남은 친절하고 책임감있고 꼼꼼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자기 편한대로 타인의 인생을 결정지어 버리는 이기주의자이며, 자신의 힘에 대항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권위적인 사람이며, 나의 것이라고 단정지은 것에 대해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다. 여성은 작고 약하며 보호해 주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주고, 당신의 의견에 반박을 표현할 수도 있는 너와 다른 또다른 타인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때문에 못했던 것이다. 그건 보호가 아니라 간섭이고 침해이다. 그리고 혼자서도 잘해나가는 건 독하고 억센 것이 아니다.

​한민이 할머니는 자꾸 자신에게 한민이의 육아를 강요하는 딸이 부담스럽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서 손주를 보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게 '미안' 할 일이 된다. 우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게 '모성애'를 강요한다. 그리고 그것이 부족하거나 발휘되지 못하면 비난하고 손가락질 한다. 같은 여성들이 특히나. 사람들은 모두 다 다르다. 더 하고 싶은 것과 더 할 수 있는 것이 서로 다르다. 오로라를 보러 가서 소원으로 '손주 키우기 싫어요'를 외친 한민이 할머니처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살아가겠다.

​책은 현재형의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다. 지금을 지나 미래에는 작가가 동일한 주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쓸 일이 없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나 스스로가 나를 바르게 바라보고 , 우리가 우리를 바르게 바라볼 수 있게 소리내고, 다독이며, 일깨워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 아들 둘을 둔 엄마로써 아들들 책상에 사뿐히 올려놓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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