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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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임국영

-자음과모음/2021

-트리플시리즈


임국영의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자음과 모음]사에서 기획한 [트리플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자,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우선 이 시리즈의 매력에 점점 빠지고 있다. 짧은 단편 속 깊이 있는 이야기들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조심조심, 하지만 정확하게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 풀어나가는 작가 임국영의 문장에도 빠지게 되었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속 3편의 단편은  레트로 감성으로 덕지덕지 채워진 글 속에  그때 우리의 다양한 치부와 풀어내지 못한 의문,  감정들을 새록새록 되새기게 해준다. 



'BL'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남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BL웹툰'에 빠진 수진과 그런 수진을 만화 속 주인공과 동일시하며 동경하는 만경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며 멀어지는 인물들이다. 만경은 수진을 동경하였으나 이성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아마도 그건 넘거나 가질 수 없는 높은 무엇이라고 느껴서 였을 것 같다.  그러다 수진의 친구 지수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느낀 수진은 만경을 좋아했거나, 혹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아이이다. 만경을 좋아해서 자신을 좋아하는 지수를 통해 만경에게 상처를 주고 싶었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지닌 성이 아닌 다른 성으로 정하고 만경과의 브로맨스를 꿈꾸었을 것 같다. 혹은 만화영화가 끝나고 그 세계 속에서 함께 유영하던 나만의 멋진 친구가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 지키려 했던 것일 수도... 무엇으로도 정의 내릴 수 없었던 우리의 청춘시절 다양한 감정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두 번째 단편 <코인 노래방에서>의 학창 시절 특별했던 친구  정우를 떠올리는 '나'와  첫 번째 단편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에서 만경에게 상처를 주며 멀어진 '수진'은 여러 면에서 중첩되었다. 여전히 'BL' 을 좋아하면서도  사회적 인식을 의식하며 취향을 숨기고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수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지만  '정상인'이 되고 싶다며 자신의 욕구를 멈추기로 하는 '나'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며 삿대질하는 우리의 폭력에 상처받는 소수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모두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나와 그리고 우리와 조금 다른 특별한 누군가를 대할 때면 우리는 눈빛은 차가워지고 말투는 경직되어 버린다. 그러고선 그들의 뒤에서 측은함을 가장한 험담과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저주를 뿜어댄다. 폭력적이다. 임국영의 글 속에서 담담하게 펼쳐내지만 소수자의 아픔과 지침이 느껴진다.



어릴 적 숨기는 것이 많았고, 숨겨야만 한다고 느꼈던  환경 속에서 살았던 작가는  병든 자신을 느꼈다고 한다. 친구도 말주변도 없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그가  이렇게 멋진 글을 써냈음을 보며,  자신의 치유방식을 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자신을 치유하는 글쓰기를 시작한 작가가 앞으로 이루어낼  글자들의 행진에도 응원을 보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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