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존재감 제로 VivaVivo (비바비보) 45
탐신 윈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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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존재감 제로>

-탐신 윈터

-김인경/옮김

-뜨인돌/2017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서로 상대와 소통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소통의 도구로 우리가 가장 많이 흔하게 사용하는 것은 '대화'이다. 대화의 기술이 좋은 사람은 실제 자신의 이미지보다 언제나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사회 속 소통의 기본적인 도구인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힘겨울지 <아마도 존재감 제로>의 로절린드를 보며 다시 한번 느낀다.



선택적 함구증을 겪고 있는 로절린드는 새로 진학하게 된 중학교 생활이 끔찍하다. 모두와의 낯선 첫 대면에 자신을 향한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서 첫날부터 그녀는 '이상한 아이'로 낙인 찍힌다. 언제나 상대의 질문에 목구멍에 멍울이 잡혀지는 것처럼 맴돌아 뭉쳐진 말들은 발화되지 못함으로 아이는 무시당하고, 짓밟힌다. 노바디로 살아가던 로절린드는 말이 아닌 글로, 상대방을 대면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낸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내면에 작은 악마를 가지고 있나보다. 피해자였던 아이들은 스스로에게 힘이 생기자 자신이 당한 만큼 가해자에게 혐오와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로절린드에게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특별한 가족들이 있다. 그래서 로절린드는 학교에서 망가지고, 깨지더라도 안전하고 소통가능한 그녀의 집이 있어 힘을 낼 수 있다. '평범한 것보다는 모두와 다르더라도 조금 특별한 것이 더 좋은 것' 이라며 딸의 특이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는 아빠가 멋지다. 나라면 로절린드의 아빠처럼 나의 아이를 여유있게 응원할 수 있을까? 지나치게 나서서 일을 그르치거나, 매일 눈물을 쏟아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할 것 같다. 로절린드의 함구증이 가족에게는 예외라는 것만 보아도 그녀의 가족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다. 아이를 위해 항상 나의 모든 문과 창을 열어야 하는데 내가 과연 지금 그러고 있는지 로절린드의 아빠를 보고 나를 돌아본다.



미디어는 다양한 색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실체가 없어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고, 때론 나를 용감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불의에 맞설 힘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잔인하고, 집요하며, 이기적이기도 하다. 미디어는 '익명 ' 이라는 이유로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더 폭력적이 되기도 한다. 얼굴을 보면서 퍼부어대는 폭력이던, 모니터 뒤에서 퍼부어대는 폭력이던 모든 폭력은 상처가 되고 나쁘다. 폭력은 그리고 언제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느 공간, 누구와 있든 외롭거나 상처받지 않길 바래본다. 말 한마디 못하며 모든 폭력을 감수해내는 로절린드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들이 한 글자, 한 글자 어른이 내 마음에 콕콕 찔렸다. 어찌 그리들 잔인하고, 생각이 없는지 무섭기까지 했다. 우리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 나의 존재감은 상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로 인해 새겨짐을 아이들이 알아가길 바라며 마지막 로절린드의 큰 용기에 나도 박수를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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